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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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플러스] 임금 체불 어떡하죠?…'알바생의 눈물' 닦아주는 곳

"내 명의 재산 없으니 알아서 해" 배째라에 성인도 속수무책 / 법률구조공단, '알바생의 눈물' 닦아주는 맞춤형 서비스 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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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교생 김모(18)군은 겨울방학을 이용해 용돈을 벌기 위해 초등학교 문방구에서 시급 6030원으로 일을 했다. 사장은 “문방구 내 물건이 없어졌다”며 절도죄로 김군을 경찰에 신고한 뒤 임금 지급을 거절했다. 폐쇄회로(CC)TV 녹화화면 등을 확인한 경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으나 임금 지급 거절은 계속됐다. 결국 김군은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도움으로 소송 후 강제집행을 통해 체불임금 79만원을 받을 수 있었다.

 #2.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막 치른 예비대학생 이모(19)양은 대학 등록금에 보탬이 되고자 아동 실내 놀이시설인 키즈카페에서 약 1개월간 근무했지만 임금 85만원을 받지 못했다. 이양이 아버지와 함께 임금 청구를 위해 찾아갔더니 되레 “업무방해죄로 고소하겠다”는 위협이 돌아왔다. 이양은 노동청 진정 후 공단을 통한 소송으로 임금을 전액 받을 수 이었다. 이양 아버지는 “딸 첫 아르바이트 임금을 받기 위해 너무 어려운 길을 걸었다”며 “악덕 사업장 탓에 상처를 입는 어린 학생이 더는 없기 바란다”고 말했다.

 #3. 사회초년생 신모(24)씨는 첫 직장으로 공연기획사에 취직해 공연 현장관리 및 디자인 업무를 했으나 월급 250만원을 받지 못했다. 사업주는 임금 체불액이 쌓이면 폐업을 하고 다른 사람 명의로 사업하는 등 상습적으로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악덕 업주였다. 행여 피해 근로자가 소송을 제기하면 “죽여버리겠다”고 위협하거나 “내 명의로 재산이 없으니 알아서 하라”며 나몰라라 했다. 신씨는 결국 공단의 도움으로 소송 후 재산조회를 통해 사업주 재산을 찾아 강제집행하는 과정을 거쳐 임금을 받아냈다.

 

17일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29세 이하 청년 체불임금 규모는 1400억원 규모다. 이는 전체 체불임금 1조4300억원의 9.8%에 해당하는 수치다. 2010년 집계가 시작된 이래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청년근로자의 체불임금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률구조공단은 임금체불 피해를 입은 청년근로자들에게 법률구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체불임금 사건과 관련해 공단의 도움을 받은 29세 이하 청년근로자 수는 1만2850명으로 2015년의 1만1825명과 비교해 8.7% 늘었다. 구제된 체불임금액도 963억원으로 2015년의 947억원보다 1.7%나 증가했다.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임금체불신고 온라인 사이트 첫 화면.
위에 소개한 사례들처럼 임금체불 피해 중에는 사업주가 청년근로자들이 어리거나 사회경험이 적음을 이용해 폭언, 누명을 씌운 경우가 적지 않다. 공단은 상당수 청년근로자들이 시간제 단기 근로자(아르바이트생) 형태로 일하고 있는 점에 착안해 지난해 8월 알바천국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알바천국 홈페이지에 개설된 임금체불 신고센터를 통해 임금체불 사건 신고를 원스톱으로 처리하는 중이다. 서비스 개시 후 지난해 12월까지 약 5개월 동안 234건을 해결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은 알바천국과 업무협약을 맺고 시간제 단기 근로자(아르바이트생)들의 임금체불 피해 사례를 신고받아 해결에 도움을 주고 있다.
공단에 지난 2005년부터 고용부와의 협업을 통해 총 69만여건, 근로자 140만여명의 체불임금 총 8조9000여억원을 해결한 바 있다. 최근 4개년의 실적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13년 6만6706건, 13만4056명, 9111억원 △2014년 6만7338건, 12만5992명, 8408억원 △2015년 7만3244건, 12만2386명, 8672억원 △2016년 8만9759건, 14만4303명, 9357억원이다.

특히 공단은 2015년 7월부터는 법원 결정이 있을 경우 300만원까지 정부가 우선 지급하는 소액체당금 제도를 시행하는 중이다. 평소 ‘고객이 있는 곳을 찾아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는 공단 이헌 이사장은 “알바천국과의 협약을 시작으로 다양한 기관들과 협약을 맺고 찾아가는 법률구조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이라며 “청년근로자 등 사회적·경제적 약자들이 더욱 쉽게 공단의 문을 두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