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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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우 코치, WBC 훈련 녹슬지 않은 기량 과시

“아직도 그런 공을 던지나.”

한때 ‘무등산 폭격기’로 이름을 날린 선동열(54) 코치도 깜짝 놀랐다. KBO리그 최다승(210승) 투수인 송진우(51) 코치의 배팅볼을 본 후다. 송 코치는 18일 일본 오키나와현 우루마 구시가와 구장에서 열린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야구대표팀 훈련 중 마운드에 올랐다.

그는 양팔을 쭉 뻗어 던지는 현역 시절 특유의 동작으로 녹슬지 않는 기량을 과시했다. 타석에 서서 송 코치의 공을 본 타자들은 탄성을 쏟아냈다. 이대호(35·롯데)는 “코치님, 살살 던져주십시오”라며 짐짓 엄살을 부렸다. 박석민(32·NC)은 “코치님, 현역 투수처럼 던지십니까”라고 소리쳤다. 선 코치는 “현역 복귀해도 되겠어. 대표팀에서도 던집시다”라고 치켜세웠다.

WBC 대표팀은 19일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평가전을 치른다. 김인식 감독은 “타자들이 더 빠른 공을 본 뒤에 경기를 치르는 게 낫겠다”며 송 코치를 배팅볼 투수로 올렸다. 송 코치는 “난 이제 빠른 공은 못 던지는데”라고 웃으면서도 꽤 빠른 공과 날카로운 변화구를 구사했다.

대표팀 타자들은 직구 혹은 변화구를 송 코치에게 요구하고, 송 코치는 타자들이 원하는 구종을 던졌다. 최형우(KIA), 김태균(한화) 등 공을 담 밖으로 보낸 타자도 있었지만, 배트가 밀려 파울이 되는 타구가 더 많았다. 타자들 사이에서 “너무 기를 죽인다”는 말까지 나왔다. 송 코치는 “공 80개 정도를 던졌다. 그 정도 던지는 것도 이젠 힘들다. 공도 별로인데 다들 격려해 주시는 것”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모처럼 공을 던지며 뿌듯함도 느꼈다. 그는 “대표팀에 도움을 주려고 여기에 왔는데, 이렇게나마 훈련을 도울 수 있어 기쁘다”며 “타자들 스윙이 좋다. 왜 대표팀에 뽑혔는지 증명하는 듯하다”고 타자들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