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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인 제 자신입니다.”
뻔한 질문과 뻔한 대답이지만 맞벌이 부부에게는 이 말을 실천하는 것이 쉽지 않다. 마치 바늘 구멍처럼 좁아진 정규직 취업문을 뚫고 들어가는 것만큼 어렵다.
일을 그만두지 않고 내 아이를 직접 돌보기 위해서는 출산휴가, 육아휴직, 육아기근로시간단축 등 일·가정 양립제도의 혜택을 누구나 누릴 수 있어야 하지만 고용이 안정된 사람들도 ‘사내 눈칫법’에 걸려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언제든 해고될 수 있는 비정규직에게는 말조차 꺼내기 어려운 ‘그림의 떡’이다.
장기간의 육아휴직이 근무 연속성, 전문성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직종·근무 형태, 기업 규모, 고용 상황에 따라 부모들의 양육을 돕는 다양한 지원이 이뤄져야 하지만, 현재는 일·가정 양립제도의 개념에 대한 인식마저 저조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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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자들은 ‘국가에서 가장 집중해야 할 양육 과제’로 ‘육아휴직 의무화’(36.6%)를 가장 많이 꼽았다. 그다음으로 △근로시간 단축(17.5%)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등 돌봄서비스 강화(15.9%) △임신·출산·양육수당 등 지원금 확대(15.9%) △유연근무제 확대(7.8%)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육아휴직 의무화 등 일·가정 양립제도를 강제하는 것에 대해서는 찬성(94.6%)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하지만 국민의 열망과 달리 지금까지 일·가정 양립제도가 도입 및 보완되는 과정을 보면 정부에서 형식적으로 제도만 갖춰 놓았을 뿐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목표를 제시한 적이 없었다. 기업과 근로자들에게 ‘안 쓰면 바보가 되는 유인책’을 준 적이 없었고 노사정 합의가 필요한 일·가정 양립제도 의무화에 대한 사회적 중지를 모으려는 노력도 이뤄지지 않았다.
실례로 육아휴직급여의 소득대체율은 현재 급여의 40%, 최대 100만원으로 지난해 기준 3인 가구 최저소득(143만원)에도 못 미친다. 이렇다 보니 양육 비용 부담이 큰 상황에서 외벌이 비율이 높은 남성 직장인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출산·육아와 관련해 비정규직의 고용관계를 보호해 주는 장치도 사실상 없어 계약기간 연장이 불투명한 비정규직에게 현재 일·가정 양립제도는 언감생심일 뿐이다.
저출산·고령사회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지금까지 합계출산율 수치에 집중하며 과거 출산억제 정책을 펴던 시기에 기업과 근로자들에게 불이익을 주던 것을 거꾸로 따라하면서 소소한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정책을 편 한계가 있었다”며 “저출산은 국민의 삶의 질과 관계된 문제인 만큼 고용·주거·교육 등 사회 전반의 변화와 함께 돌봄이 가장 필요한 영아 시기의 아이를 부모가 직접 돌볼 수 있도록 일·가정 양립제도를 현실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획취재팀=윤지로·김준영·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