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배우가 세계 3대 영화제(칸, 베를린, 베니스)의 여우주연상을 받은 것은 2007년 전도연이 칸영화제에서 ‘밀양’으로 수상한 이후 10년 만이다. 30년 전 1987년 강수연이 ‘씨받이’로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바 있다. 이로써 한국 영화는 세계 3대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모두 한 차례씩 차지하는 기록을 세웠다.
김민희는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 유부남 영화감독과 불륜에 빠진 여배우 ‘영희’로 나온다. 영화 속 영희는 독일 함부르크 여행을 다녀온 뒤 강릉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사랑에 대해 고민한다.
잡지와 CF 모델로 먼저 얼굴을 알린 김민희는 1999년 드라마 ‘학교 2’를 통해 데뷔했다. 2002년 드라마 ‘순수의 시대’에서 첫 주연을 낚았지만 이후로 줄곧 ‘연기를 못한다’는 논란에 시달려야 했다. 절차탁마 끝에 2012년 변영주 감독의 ‘화차’에서 감정선을 잡기 어렵다는 여주인공 ‘경선’의 캐릭터를 능히 풀어내면서 비로소 ‘실력’을 인정받아 배우로 거듭났다.
김민희는 지난해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에서 막대한 부를 상속받은 아가씨 히데코를 열연해 칸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다. 칸의 초청작에 오를 때만해도 여우주연상 수상 가능성이 조심스레 점쳐지기도 했다. 김민희는 당시 “신인 시절에는 연기하면서 제대로 즐기지를 못해 적응하는데 시간이 많이 필요했다”며 “ ‘굿바이 솔로’(2006) 때부터 촬영현장이 조금씩 즐겁게 느껴졌고, 나름대로 꽤 오랫동안 연기에 공을 들였다”고 털어놓았다.
홍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김민희와 나는 매우 가까운 관계”(I have close relationship with her)라고 밝혀 주목을 받았다.
홍 감독 영화의 특징은 일상과 반복이다. 일상적인 언어와 대화, 만남을 현미경으로 관찰하듯 보여주면서 이를 통해 인간의 욕망, 특히 남녀관계의 내밀한 역학관계와 감정변화를 그린다. 홍 감독은 “남녀관계 안에는 이성과 본능, 욕망 등 다양한 가치들이 동시에 충돌하고 힘의 관계도 잘 보인다”며 “그런 모습을 다루는 게 흥미롭다”고 말한 적이 있다. 따라서 이번 영화는 두 사람, 자신들의 내면을 그린게 아니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국영화와 베를린영화제의 인연은 깊다. 1961년 강대진 감독이 ‘마부’로 특별 은곰상을 타면서 시작됐다. 한동안 뜸했다가 장선우 감독이 1994년 ‘화엄경’으로 알프레드 바우어상을 수상했다. 알프레드 바우어상은 ‘가장 혁신적인 영화’에 주는 상이다. 2004년에는 김기덕 감독이 ‘사마리아’로 감독상을 받았다. 이듬해 임권택 감독이 해마다 중요 영화인들에게 수여하는 명예황금곰상의 영예를 안았다. 박찬욱 감독은 2007년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로 알프레드 바우어상을 받은데 이어, 2011년에는 동생 박찬경과 함께 만든 ‘파란만장’으로 단편 경쟁부문 황금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