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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사채 가운데 7180억원어치는 KDB산업은행이 신속인수제로 떠안았다. 회사채 신속인수제란 일시적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해당 기업이 새로 발행한 회사채를 산은이 사들여 자금순환을 돕는 제도다.
산은이 사들인 회사채는 신보와 채권은행, 회사채안정화펀드(회안펀드)가 나눠 가졌다. 신보는 산은이 회사채를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프라이머리 유동화증권(P-CBO) 4306억원어치의 지급보증을 섰다. 산은은 P-CBO를 투자자들에게 팔았다. 한진해운 파산으로 신보는 대신 투자자들에게 갚아줘야 한다. 신보는 공공기관이어서 이 비용은 결국 국민 세금인 셈이다. 은행과 회안펀드도 각각 2156억원, 718억원을 날릴 전망이다. 다만 이들 금융기관은 충당금을 쌓아놓은 상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신속인수제로 한진해운을 도운 것이 과연 적절한 조치였는지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지원 당시인 2014년 이미 해운업 업황은 내리막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1∼2년의 유동성 위기만 버티면 한진해운이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정부와 채권단의 유동성 지원으로 위기가 단순히 뒤로 미뤄졌을 뿐”이라며 “업황 예측에 기반한 펀더멘털 측면에서 접근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