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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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어학연수 떠났다가 폭행만 당한 아이들

겨울방학을 맞아 필리핀 어학연수를 떠난 전북지역 초·중·고생들이 인솔 교사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전북지역 학부모 10여명은 22일 어학연수를 주관한 전북지역 한 사단법인을 상대로 전북지방경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이날 피해학생 학부모들에 따르면 전북지역 한 사단법인은 홈페이지에 지난해 10월18일 겨울 영어권 어학연수 모집공고를 냈다.

홈페이지를 통해 어학연수에 응모한 초·중·고생 28명은 지난 1월1일부터 28일까지 어학연수를 다녀왔다.

총 경비 390여만원 중 학생들은 240만∼260만원을 부담했다.

하지만 필리핀에서 어학연수를 받던 한 학생이 자신의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오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학부모 A(39·여)씨는 아들(14)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아들은 겁에 질린 듯 말하기를 머뭇거리는 게 역력했다.

A씨는 통화하는 내내 단답형으로 대답하는 B군을 수상하게 여겨 이유를 물었다.

위축된 목소리의 B군은 인솔교사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했다.

B군을 포함한 아이들이 방에서 장난을 치던 중 한 학생이 상처를 입었고, 이를 본 인솔교사가 B군의 뺨을 수차례 때렸다는 것이다.

B군이 불쾌한 표정을 드러내자 인솔교사는 B군을 벽으로 밀치고 또다시 뺨을 7차례 때렸다.

어학연수에 참여한 28명 중 초·중등생 10여명이 교사로부터 얻어맞았다.

폭행 이유도 갖가지였다. 아이들은 '라면을 먹었다'는 이유로 뺨을 맞았고, 쓰레기를 지정된 곳에 버리지 않아 가슴 등을 발로 걷어차였다.

교사는 '누군가 내 모자를 구겼다'며 주변에 있던 아이들을 손과 발로 때리기도 했다.

교사는 반항할 힘이 충분한 고등학생에게 손대지 않았다.

어린 학생들은 '교사에게 반항하면 집에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한 아이는 연수를 마친 뒤 폭행 후유증으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은 또 사단법인 측이 아이들의 용돈을 모두 걷어 보관했으나 제대로 돌려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어학연수에 동행한 법인 이사는 골프를 치러 다녔고 수학을 담당한 인솔교사는 연수 내내 수학을 단 1시간도 가르치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학부모들은 법인에 공식 사과와 피해보상을 요구했다.

하지만 법인 측은 "맞을 만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인성교육 차원에서 때렸다. 이유 없이 폭행하지 않았고"고 해명했다.

이들은 "어학연수를 떠나기 전 설레서 잠도 못 이루던 아이들이 폭행을 당하고 돌아왔다. 연수 내내 어떤 고초를 겪었을지 생각만 하면 치가 떨린다"며 "법인은 공식으로 사과하고 상응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