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 여대생 3명을 강간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미국인 빌리 밀리건(오른쪽)과 그의 변호사 알란 골즈베리의 모습. 콜럼버스 디스패치 캡처 |
판사는 윌버를 비롯한 정신과 의사 7명의 증언을 기반으로 밀리건에게 정신 이상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밀리건은 최종적으로 24개의 인격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판명 났다.
밀리건의 또 다른 인격들은 면면이 달랐다. 연령대는 3∼23세에 달했고, 침착하고 지적인 22세 영국인 ‘아서’, 밀리건과 생일이 같은 23세 유고슬라비아인 ‘라젠’ 등 국적도 다양했다. 아서와 라젠은 각각 영국 억양과 체코 억양을 써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밀리건이 이 같은 다중 인격 장애를 겪게 된 건 계부의 학대를 비롯한 유년기 아픔 때문. 밀리건은 계부가 어린 시절 자신을 육체적, 성적으로 학대했다고 주장했다.
학대로 인한 트라우마는 탈출의 명수 16세 ‘토미’와 폭력적인 ‘라젠’, 눈물이 많은 세 살배기 ‘데이비드’란 인격을 만들어냈다. 알코올중독과 우울증에 시달리던 밀리건의 친아버지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빌리 밀리건이 자신의 변론을 맡았던 변호사 알란 골즈베리를 그린 초상화. 1970년대 후반∼1980년대 초반에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 아테네 뉴스 캡처 |
이 같은 재능은 그의 다중 인격 장애와 무관하지 않다. 밀리건의 친모와 가까운 사이였던 18세 ‘앨런’과 ‘대니’는 초상화, ‘토미’는 풍경화, ‘라젠’은 연필 스케치에 뛰어났다고 피플지는 전했다.
밀리건은 10년간 정신병원에 있다가 퇴원해 치료를 받다가 1991년 8월 더 이상 다중 인격 장애를 겪지 않는다고 인정받았다. 2014년 12월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의 한 요양원에서 암으로 숨을 거뒀다. 그의 실화는 1981년 미국에서 ‘The Minds of Billy Milligan’이란 논픽션 소설로 출간됐으며, 국내에도 2007년 ‘빌리 밀리건’이란 제목으로 번역돼 나온 바 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