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빨갱이는 반공이데올로기가 강했던 1960~80년대에 청장년층을 보낸, 현재는 노년층이 된 이들에게 비단 공산주의자만을 뜻하는 게 아닌 듯했다. 자신들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이들을 그저 빨갱이라 불렀다.

‘태극기 집회’ 참석자들이 집회시위 관리를 위해 출동한 애꿎은 의경들에게 시비를 거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 이들은 “평화적으로 집회하고 있는데 대체 여길 왜 지키는 거냐”, “저기 촛불집회나 가라. 우린 아무 문제없다”, “여길 지키는 것 보니 휴가 나가면 촛불집회 나갈 것 같다”며 비아냥거렸다.

세월호 표식을 달고 다니는 젊은이들 역시 곧 빨갱이였다. 덕수궁 대한문 근처 와플가게에서 와플을 기다리던 젊은 여성이 가방 지퍼에 세월호 표식을 달고 있자 우르르 몰려가서 “여기가 어디라고 저 노란 딱지를 달고 다니는 거야”, “저 노란 딱지 당장 떼지 못해. 요즘 젊은 것들이란 쯧쯧~”,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를 침몰시킨 것도 아닌데, 왜 자꾸 세월호 사건을 갖고 난리들 인거야”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가했다.
근처에 볼일이 있어 왔다는 김모(32)씨는 “등 뒤로 꽂히는 원색적인 말들에 뒤돌아 대꾸했다가는 어떻게 할지 몰라서 그저 와플 가게만 쳐다보고 있었다. 어르신들이 대체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며 울상을 지어보였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