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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노동은 여성의 몫’ 등 남성들이 가사노동 분담에 대해 전통적인 인식을 가진 국가들일수록 출산율이 저조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뿐만 아니라 양성평등에 대한 문화적 규범 확립이 출산율 제고에 필수적이라는 의미다.
최근 김영미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가 발표한 ‘출산과 성평등주의 다층분석’ 논문에 따르면 남성의 성역할분담에 대한 태도가 여성에 비해 보수적인 국가들일 수록 자녀수가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르면 남녀 태도의 평균차이가 1점씩 날 때마다 자녀수는 0.85명 가까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령 ‘남성의 일은 가계부양, 여성의 일은 집안에서 살림’ 등의 문항에 남성이 준 점수가 높을수록(5점 만점) 출산율이 떨어지는 효과를 나타냈다. 일반적으로 여성의 교육수준과 성평등 인식이 높을수록 출산율은 떨어지는 경향을 나타내나 성역할에 대한 남녀 인식 차이가 적은 국가에서는 이런 부정적 영향이 상당부분 상쇄되는 것이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 총 21개국 중 덴마크(1.52명), 아이슬란드(1.50명)는 여성들의 평균 교육수준과 취업률이 최상위권인데도 평균 자녀수는 2, 3위로 높았다. 이 국가들은 남녀인식 차이가 모두 0.20점 이하로 적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남녀인식 차이가 각각 0.06점, 0.14점으로 적은 영국과 프랑스 역시 평균 자녀수가 1.26명과, 1.31명으로 모두 우리나라(1.06)명보다 높은 수를 기록했다. 단순히 여성들의 취업률, 교육수준, 성평등인식이 높다고 해서 출산율이 무조건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성평등인식 외에도 남녀 임극격차, 정부의 가족서비스에 대한 지원 수준 역시 출산율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 보고서에서는 “여성의 경제적 성취 수준이 높다 해서 출산율이 떨어진다는 것은 과거의 일시적인 현상이었을 뿐, 이제는 여성의 사회진출과 인적개발에 적극적인 국가일수록 출산율이 높다는 것이 다수의 연구결과들로 확인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조사대상국 중 남녀임금 격차(39.60)가 가장 큰 국가, 여성경제활동률이 저조한 나라 역시 한국(55.73%)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 1월29일 발표한 ‘여성가족패널조사’에 따르면 2014년 평일 기준 여성의 1일 가사노동 시간은 2시간30분인 반면 남성은 18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토요일(여 139.4분, 남 21.9분)과 일요일(여 140분, 남 33.5분)엔 남성의 가사노동 시간이 길어지지만 여성과의 격차는 여전한 것이다. 김영미 교수는 “출산에 가장 부정적인 경향을 보이는 집단이 고학력, 진보적, 취업여성이라는 점에서 노동시장의 남녀격차, 가족에 대한 공적 서비스 확장, 남녀간의 문화적 인식 차이가 줄어들어야 출산율이 빠르게 증가할 수 있을 것”이라 지적했다.
김라윤 기자 ryk@seyg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