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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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열의마음건강] 대인관계와 가족관계를 원만히 하라

좋은 배우자 요건은 몸·마음 건강한 사람 / 부모·형제와 ‘긍정적 동일시’도 성공 요인
오늘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부부로 맺어지는 인연이 많이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통계를 보면 이들 중 적어도 3분의 1 정도는 5년 이내에 헤어진다. 아무리 ‘사랑은 변하는 것’이라지만 ‘이 사람만 있으면’ 온갖 어려움은 다 물리치고 행복할 것 같았던 초심(初心)이 어떻게 쉽게 변할 수 있을까.

결혼을 앞둔 젊은이들이 ‘어떤 배우자를 만나면 원만한 결혼 생활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자주 묻곤 한다. 결혼 생활을 잘 유지하기 위해서는 여러 요건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먼저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을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 몸이 건강한 것이 결혼 생활에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동의한다. 하지만 마음의 건강에 대해서는 의외로 관심이 적다.

몸의 건강은 일차적으로 개인적인 문제이다. 고통 받는 환자를 보며 가족이 곁에서 안타깝게 지켜봐도 결국 본인만이 고통을 받기 때문이다. 누구도 대신 아파줄 수 없다. 하지만 마음의 건강은 사회적이다. 자신보다 주위 사람에게 더 큰 고통을 주기 때문이다. 마음이 병든 배우자를 만나면 고통을 받는 그 첫 번째 주위 사람은 바로 본인이 될 것이다. 그리고 다음에는 자녀가 될 것이다.

마음의 건강은 사회적이기에 건강 유무를 식별하는 방법은 먼저 배우자가 될 사람이 얼마나 대인관계를 잘 맺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결혼 생활도 결국 대인 관계다. 사람들과 만나고 교제하는 것을 피하거나 힘들어하는 사람은 결혼해서 배우자와도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을 두려워하고 피하게 된다. 이들은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여러 이유를 대면서 게임이나 TV 앞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낼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원가족(原家族)과의 관계이다. 부모나 형제와의 관계가 나쁜 사람은 자신의 결혼 생활에서도 이 나쁜 관계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다. 부모와 ‘긍정적 동일시’를 하는 사람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여러 연구에서 이미 입증된 사실이다. 긍정적 동일시 여부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가족에 대해 얼마나 편하고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지를 관찰해 보면 된다. 부모와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면 대화 중에 자연스럽게 부모 이야기를 많이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대화 내용은 긍정적인 색채를 띠고 있을 것이다.

‘부모와의 좋은 관계’라는 의미는 지나치게 부모에게 애착을 갖고 있거나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로부터 심리적으로 독립돼 있다는 뜻이다. 즉 부모와 심리적으로 독립되면, 부모도 부족한 면을 많이 가진 한 인간에 불과하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러기에 부모에 대해 지나치게 실망하거나 감정적으로 미워하지 않을 수 있다. ‘반면교사’(反面敎師)라는 말이 있듯이, 원가족과 심리적으로 소원하지만 이를 거울삼아 더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는 사람도 물론 많이 있다. 이런 경우에는 원가족과 소원해진 이유가 자신과 부모와의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부모 사이의 나쁜 관계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한성열 고려대 교수·만남과풀림 상담교육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