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한반도의 신석기 문화’ 항목을 보면 “한반도와 주변 지역에서는 약 1만 년 전부터 신석기시대가 시작됐다. 그런데 한반도와 주변 지역의 신석기 문화는 시베리아의 북방 신석기 문화와 관계가 깊다”고 기술돼 있다. 이와 연관해 1982년판 고교 국사 교과서의 ‘신석기 문화’ 항목에 “빗살무늬토기를 만들어 쓰던 사람들은 시베리아·몽고 지역의 신석기 문화를 폭넓게 받아들이면서 각지에 문화를 발전시켰다”고 서술돼 있다.
이형구 선문대 석좌교수·고고학 |
이어, ‘청동기 문화의 등장’ 항목에는 “인류가 처음 사용한 보편적인 금속 도구는 청동기였다. 청동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구리에 주석이나 아연을 합금하는 높은 수준의 기술이 필요했다. 청동기 문화는 시베리아의 북방 청동기 문화와 중원의 청동기 문화가 교류하면서 독자적인 형태로 발전했다”고 기술돼 있다. 이는 1982년 판 고교 국사 교과서에서 “우리나라의 청동기 문화는 아연이 함유된 것도 있는 점과 장식으로 스키토 시베리언 계통의 동물 문양을 즐겨 쓴 점으로 보아, 중국의 영향을 받았다기보다는 북방계통의 것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서술한 내용과 비슷하다.
그러나 ‘아연함유설’은 일찍이 청동기의 성분분석 결과, 극소량의 아연 성분이 검출돼 의도적인 첨가가 아니라 불순물일 것으로 간주됐다. 우리나라나 중국뿐만 아니라 시베리아의 고대 청동기는 구리·주석·납을 합금한 금속이며, 구리에 아연이 첨가되는 것은 송나라 때나 고려에 와서 황동을 만들 때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오고 있다. 이에 1990년에 개정된 고교 국사 교과서에서는 “기원전 2000년경에서 기원전 1500년경으로, 한반도 청동기시대가 본격화된다”고 시베리아 기원설을 삭제했다. 그럼에도 이번 교과서에서는 과거 1982년 판 고교 국사 교과서의 ‘시베리아 기원설’로 되돌려 놓았다.
지난 반세기 동안의 고고학 연구에 의하면, 신석기시대 문화는 과도시기를 거쳐 청동기시대 문화로 이어지면서 성장·발전해 왔음이 증명되고 있다. 따라서 교육부나 관계자들은 근현대사에만 매달리지 말고 고대사 부분의 사실 여부를 더욱 면밀히 검토해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바로잡아 ‘올바른 역사 교과서’를 편찬해야 할 것이다.
이형구 선문대 석좌교수·고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