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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심판 최종변론에 불참한 27일 오후 서울 안국역 인근에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이모(57)씨가 주변에 지나가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붙잡고 대화를 이어갔다. 이씨는 이른바 ‘태극기 집회’를 신기한 듯 보고있던 외국인들에게 다가가 박 대통령과 최근 탄핵정국 양상에 대해 열심히 설명했다. 이날 처음 집회에 나섰다는 이씨는 “외국인 10명 중 2명은 ‘NO’라고 하지만 나머지는 그렇지 않다”면서 “잘하지 못하는 영어지만 답답한 마음에 나서서 실상을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천호동에서 왔다는 김모(61·여)씨의 눈에도 ‘결의’가 묻어 있었다. 김씨는 집회 근처를 지나가는 젊은이들을 붙잡고 이른바 ‘태극기 집회’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김씨는 “여기 나온 어르신들이 왜 나왔겠냐”며 “여기 나온 분들이 오늘내일 하는데도 나오는 이유는 언론과 특검이 거짓말을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 역시 평생 이런데 나올 줄 꿈에도 못 꿨다”며 “대통령이 언론의 거짓말 등으로 탄핵된다면 나라가 무너진다”고 덧붙였다.



헌재 앞에선 오후 한때 ‘아수라장’이 연출되기도 했다. 경찰이 헌재 맞은 편에서 친박단체가 진행한 기자회견을 사실상 집회로 판단해 해산명령을 하면서다. 경찰이 두 차례 해산 통보 이후 집회 해산에 나서면서 집회 참가자들과 경찰 사이에 격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현장에서는 “빨갱이”, “개XX” 등 폭언과 욕설이 난무했다. 일부 여성 참가자는 경찰들에게 “건드리면 성희롱”이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경찰과 실랑이 이후 쓰러진 집회 참가자들로 인해 구급차가 두세 차례 출동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과격한 행동이나 물리력 행사, 위험한 물건을 소지하는 등 위법행위에는 엄중하게 사법처리할 것”이라며 “집회 참가자들 사이에서 마찰을 빚을 만한 행동은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오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기간 연장 신청을 거부하면서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기자회견을 열고 황 권한대행을 강하게 규탄했다. 퇴진행동 관계자는 “뇌물죄 혐의를 받는 대기업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며 “특검을 연장할 사유가 명백한데도 이를 거부한 황 권한대행은 위법행위를 저지른 것이다. 황 권한대행도 구속해야한다”고 비판했다.
글·사진=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