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충남지사가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책연구모임 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제원기자 |
임기 단축 논의의 불씨를 다시 지핀 건 민주당 대선 주자인 안희정 충남지사다. 안 지사는 28일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자신이 당선될 시 현재의 국회 개헌특위를 중심으로 지방자치분권형 개헌을 추진할 것을 거듭 강조하며, “개헌특위에서 임기 단축을 합의한다면 이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개헌을 통해 우리 사회가 좀 더 진전된 민주주의 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어떠한 논의에도 대통령은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대통령 임기를 포함한 개헌 투표 시기 등 제반 사항을 특위에 일임할 뜻을 밝혔다. 안 지사는 올해 초만 해도 언론 인터뷰에서 “대통령 임기 단축론은 ‘3년짜리 식물 대통령’을 뽑자는 얘기”라고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실제 대통령 임기 마지막 1년이 권력누수 현상에 시달리는 점을 감안하면 “9년 만에 정권을 교체한 대통령이 일할 수 있는 시기가 2년밖에 안 된다면 너무 짧다”는 비판론도 상당하다.
안희정 충남지사(오른쪽)가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책 연구모임 토론회에 참석해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오른쪽)과 악수하며 웃고 있다. 이제원 기자 |
이에 대해 안 지사측 핵심 인사는 “말이 안 된다”며 “과도한 정치적 해석은 금물”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당내 소위 비문 세력은 임기 단축이 아닌 ‘대선 전 개헌’을 주장한다”며 “안 지사와의 ‘개헌 연결고리’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안 지사가 기존 입장을 뒤집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입장을 바꾼 것이 아니다. 임기 단축이 국민 뜻이라면 당연히 존중한다”며 “(인터뷰 당시) 정치권이 대선에서 표를 얻기 위한 정략적 노림수로 임기 단축, ‘개헌 과도정부’를 내세우는 것에 부정적인 의견을 말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안 지사가 ‘3년 임기 단축’ 수용 가능성을 밝히면서 이 문제를 놓고 민주당 경선 구도는 ‘안희정·이재명 vs 문재인’로 짜이고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 역시 이날 언론에 “국민적 합의에 따라 제대로 된 정치 질서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임기 단축은 얼마든지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반면 안 지사의 입장 변화를 전해들은 문 전 대표는 “탄핵 인용 후 다시 얘기했으면 좋겠다”며 언급을 피했다. 문 전 대표는 앞서 “(국가) 대청산과 개혁을 해내려면 5년의 임기도 짧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동수 기자 samenumbe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