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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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黃 탄핵·특검법 개정’ 뾰족수 없는 민주

2대 난제 ‘출구전략’ 고심/與 ‘정치공세’ 규정에 발목 잡혀/헌재 선고일 전 黃 탄핵 어렵고/국민 피로감 누적 등 동력 저하/추미애 “지금이 국가 비상사태”/丁 의장에 직권상정 거듭 압박/與는 개헌·민생법안 처리 부각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 ‘특검법 개정’이라는 칼을 뽑아든 더불어민주당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당 지지율 40%가 넘는 원내 1당으로서 황 대행의 특검 수사기간 연장 거부로 촉발된 국민 공분을 어떻게든 해소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를 ‘정치공세’로 규정한 여당 반대에 발목 잡혀 둘 다 무산될 형편이다. 민주당으로서는 정세균 국회의장의 직권상정만 바라는 처지인데 이조차 이미 ‘불가’ 입장이 나온 상태여서 마땅한 출구 전략도 세우지 못하고 있다.

1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긴급최고위원회의는 정 의장을 향한 압박과 읍소로 시작됐다. 추미애 당 대표는 “정 의장께 정중히 요청드린다. 내일 마지막 본회의에서 특검법안을 직권상정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추 대표는 “국정은 대통령 직무정지로 공백상태이고 권한대행이 멋대로 월권해 삼권분립과 법치 근간을 훼손하는 지금이 바로 국가비상사태가 아니고 뭐라 하겠는가”라며 “직권상정으로 정의를 바로 세우는 결단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냉랭한 두 사람 특검수사 연장 무산 책임론 공방을 벌이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왼쪽)와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가 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98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해 나란히 앉아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이처럼 특검연장법안 처리와 황 대행 탄핵을 추진하고 있지만 동력은 많이 떨어졌다. 직무유기와 월권을 황 대행 탄핵추진의 명분으로 삼고 있지만 “현행법 위반이 아니어서 탄핵 사유 자체가 아니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또 헌법재판소 심판 등 대통령과 유사한 탄핵 절차를 거쳐야 하는 만큼 국민적 피로감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대행의 대행 체제’에 대한 거부감 등도 적지 않다.


민주, 긴급 최고위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오른쪽)가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추미애 대표(왼쪽)와 나란히 앉아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이제원 기자
시간표상으로도 사실상 불발된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여야가 전날 합의한 3월 임시국회 일정상 박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선고일 ‘마지노선’인 오는 13일 이전에 황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안 처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검연장법안은 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은 물론 바른정당도 동의하고 있으나 실제 국회 처리 과정은 길목마다 여당 반대로 막혔다. 정 의장은 전날 야당 원내대표들을 만난 자리에서 “직권상정이 사실상 어렵다”는 뜻을 재차 나타내고 법사위 절차를 밟아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바른정당 소속인 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역시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역대 특검 도입은 모두 그 당시의 여야 원내대표 합의로 인해 발동됐다”며 “새로운 특검법 역시 합의가 있어야 한다. 의장도 못 하는 걸 법사위원장이 어떻게 하겠는가”라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황 대행 탄핵에 대해선 아예 “박 대통령 탄핵까지 희화화하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에 서 있다.

한국당은 이 같은 야권의 황 대행 탄핵 및 특검연장 시도를 정치공세로 비판하며 개헌·민생법안 처리를 적극 내세우는 것으로 3월 국회 전략을 세우고 있다. 정치평론가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원장은 “황 대행 탄핵이나 특검연장 모두 어려운 상황인 만큼 야당은 검찰 수사를 지켜보며 감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헌재 결정이 나온 후 현재 다당제 구도하에 맞는 의회 질서가 구축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