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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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 천막, 왜 법의 잣대 다른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광장에 불법 설치된 탄핵반대 텐트에 대한 단호한 조치를 예고했다. 박 시장은 어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가능한 한 설득해 보고 여러 경고를 하고 그러고도 안 되면 행정 대집행이라든지 허용돼 있는 조치를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제 철거 가능성까지 시사한 것이다. 불법 텐트에 대한 이번 서울시 조치는 어느 때보다 신속하면서도 강경하다. 서울시는 이미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 대표 권모씨 등 7명을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경찰에 고발한 상태다.

탄기국 등 보수단체는 지난 1월21일 서울광장에 신고 없이 무단으로 텐트 40여개를 세워 놓고 불법 농성 중이다. 촛불집회에 대항해 박근혜 대통령 탄핵 무효를 주장하는 태극기집회 지휘부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시는 자진철거 요청과 행정 대집행 계고장 송부, 광장 무단 사용에 대한 변상금 부과 등 행정조치를 차례로 밟아왔다.

서울광장 불법텐트는 철거되는 게 마땅하다. “서울광장은 우리 시민 모두가 이용을 해야 될 그런 광장”이라는 박 시장 지적은 백번 옳다. 난민촌을 연상시키는 텐트들이 도심 한복판을 차지하는 건 미관상 볼썽사납다. 박 시장의 논리는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세월호 텐트 등에도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 세월호 텐트 3개로 시작한 광화문광장의 텐트는 현재 65개로 불어났다. 박 시장은 서울광장 탄핵반대 천막을 광화문 세월호 텐트와 비교하는 시각에 대해 “세월호 천막은 중앙정부까지 서울시에 협조를 요청했던 사안으로, 정치적 조치가 아니라 인도적 조치였다”고 했다. 법 집행자로서 공정성을 잃은 발언이 아닐 수 없다.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해야 한다. 한쪽에는 예외를 인정하고 다른 쪽엔 단속의 칼날을 들이댄다면 법치는 굴절되게 마련이다. 법치가 아니라 정치일 뿐이다. 백번 양보해 세월호 텐트가 인도적 조치라고 해도 장기간 광장의 한쪽을 점령하도록 방치하는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3년이 다 된 세월호 텐트는 감싸고 돌면서 한 달 조금 지난 탄기국 텐트는 당장 철거할 듯 나선다면 누가 수긍하겠는가.

광장을 점거한 세력들도 무엇이 국가와 사회를 위한 길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탄핵 찬반 양측은 그동안 충분히 제 목소리를 낼 만큼 냈다. 이제는 양쪽 모두 광장을 시민에게 돌려주고 헌재의 결정을 차분히 기다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