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이슈플러스] 특별한국어능력시험 중단…"한국은 '성실근로자'만 좋아해"

“출국하면 한국 다시 못 올라” 불안 / 자발적 귀국·재고용 돕기 위해 도입… 매년 4500명∼5700명 혜택 받아 / 이직 안 한 성실근로자 증가 예상… 재입국 근로자 수요 채울 예정 / 직장 한 번이라도 옮겼으면 탈락… 비자 만료 앞둔 외국인들 당혹
베트남 출신 외국인 근로자 옌빤하(25·가명)씨는 다시 한국에서 일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걱정이 태산이다. 그는 지난 1년 동안 매주 일요일 서울 구로구 한국이주노동자복지회를 찾아 한국어 수업을 들으며 특별한국어능력시험(능력시험)을 준비해 왔다. 하지만 지난달 초 동료로부터 “올해 능력시험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달 12일 비자가 만료되는 옌씨에게 능력시험은 한국으로 돌아와 일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는 “갑자기 중단하면 어떡하느냐”며 “사장님하고 관리자님과 정이 많이 들어서 꼭 다시 돌아오라고 했는데…. 정말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체류기간 만료로 자기 나라로 돌아간 외국인 근로자들이 재입국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능력시험이 올해 갑자기 중단되면서 시험을 준비해 온 외국인 근로자들이 당황해하고 있다. 사전 예고 없이 시험이 중단된 데다 언제 재개할지 기약도 없어 불법체류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능력시험은 외국인 근로자들의 자발적 귀국과 원활한 재고용을 돕기 위해 2011년 12월부터 시행됐다. 고용허가제에 의해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는 최대 4년10개월(기본 체류 3년+연장 1년10개월)의 체류기간이 끝나면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능력시험은 이들의 불법체류를 막고 사업주가 숙련된 근로자를 계속 고용할 수 있도록 재입국 기회를 주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문제은행 70%와 비공개문제 30%가 출제되는 이 시험은 분기마다 1회 본국에서 실시되며 기본 체류기간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강제 퇴거·출국 조치를 당한 전력이 없으면 응시할 수 있다. 지난해까지 매년 4500∼5700명이 시험을 통과해 재입국의 기회를 가졌다.

하지만 정부는 올해 ‘성실근로자’의 재입국 증가가 예상된다며 능력시험을 갑자기 중단했다. 성실근로자 재입국제도는 4년10개월 동안 한 곳의 사업장에서만 근무한 외국인 근로자에게 재입국 혜택을 주는 제도다.

능력시험을 주관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 측은 “성실근로자 재입국 신청자가 늘 것으로 예상돼 올해 재입국 근로자 대부분을 성실근로자 출신으로 채울 예정”이라고 능력시험 중단 이유를 밝혔다. 고용허가제에 의해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 중 사업장을 한 번이라도 변경한 이들은 재입국 기회가 제한된다는 의미다.

시험 중단 결정을 미리 공지하지 못한 것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22일 외국인력정책위원회에서 올해 외국인력 도입·운용계획’을 확정했다”며 “올해 경제 예측 지표가 연말에 나오다 보니 사전에 규모를 예측하기 어려워 시험 중단에 대해 미리 알리기 어려웠던 점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갑작스러운 능력시험 중단 조치로 시험을 준비해 온 외국인 근로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외국인 상담센터에서 근무하는 스리랑카 출신 A(47)씨는 “퇴근 후에도 휴대전화로 시험 중단에 대한 문의가 들어온다. 하루에 50여건 정도의 문의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현장 상담가 B씨는 “매년 4000여명 이상을 뽑다가 올해 갑자기 뽑지 않으니 당연히 당황스러워하지 않겠느냐”며 “외국인 근로자들한테는 이 제도가 희망인데 아예 뽑지 않는다고 하니 불법체류로 남는 방안까지 고민 중이라는 상담이 빗발친다”고 전했다. B씨는 “시험을 어렵게 해서 인원을 줄이거나 채용인원을 소수로 공지해 반발을 완화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창훈·김선영 기자 coraz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