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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기관은 기본적으로 판례를 존중하는 것이 특징이다. 어떤 사안에 대해 먼저 내린 결정이 지금 시점에서 봐도 별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그와 비슷한 사안들에서 똑같은 결정을 내리는 것잉 원칙이라는 뜻이다.
세계일보 2004년 5월15일자 1면. 전날 헌법재판소가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기각했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세계일보 2004년 5월15일자 10면 사회면. 헌법재판소의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 기각에 환호하는 시민들 사진(왼쪽)과 분노하는 시민들 사진(오른쪽)을 나란히 실어 당시 사회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통상의 사건은 결론에 해당하는 주문을 먼저 소개한 다음 그렇게 결정한 이유를 설명하는 식으로 선고가 이뤄진다. 하지만 노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은 결정 이유를 먼저 설명하고 주문을 가장 마지막에 소개했다. 이번 박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도 그과 같은 방식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노무현 대통령(가운데)이 2004년 5월14일 헌법재판소의 탄핵소추 기각 직후 탄핵심판이 이뤄진 63일 동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고건 국무총리(오른쪽)와 악수하며 그간의 노고를 치하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따라서 이는 2004년 당시 헌법재판소법이 탄핵심판 사건은 재판관별로 어떤 의견을 냈는지 표시하는 것을 금지했기 때문에 고안해낸 주문 형식이다. 재판관별 의견 표시가 의무화한 뒤 처음 이뤄지는 이번 박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는 주문 낭독과 동시에 탄핵 또는 기각 의견을 낸 재판관 이름도 일일이 거명함으로써 몇 대 몇의 결정인지도 밝히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노사모 등으로 구성된 노무현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집회에서 야당이 발의한 탄핵안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자료사진 |
③노 대통령이 총선을 앞두고 선거에 개입하는 발언을 한 것이 선거법상 공직자의 선거중립 의무 위반인지, ④노 대통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권고를 따르지 않은 것이 헌법 위반인지, 그리고 ⑤노 대통령이 자신의 재신임을 묻기 위한 국민투표 실시를 제안한 것이 헌법 위반인지 등 쟁점에서도 헌재는 국회 측 주장을 모두 받아들여 ‘그렇다’고 결정했다.
반면 ⑥노 대통령의 기자회견 발언이 선거법상 사전선거운동 금지 위반인지, ⑦노 대통령 측근들의 비리가 탄핵 사유인지, ⑧노 대통령 취임 후의 국정·경제파탄이 탄핵 사유인지 등 3가지 쟁점에선 모두 대통령 측 주장을 인용해 ‘아니다’고 판단했다. 마지막 가장 중요한 쟁점인 ⑨헌법·법률 위반만 인정되면 무조건 파면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헌재는 “헌법·법률의 중대한 위반이 있을 때에만 파면해야 한다”는 대통령 측 주장을 받아들여 “파면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탄핵 지지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야당은 노무현 탄핵하라'는 피켓을 틀고 탄핵 지지 집회를 벌이고 있다. 자료사진 |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당직자들이 2004년 5월 14일 국회 대표실에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내용을 TV를 통해 지켜보고 있다. 연합 |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