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일선 학교 '반한(反韓) 교육'…갈수록 치졸한 中 무차별 보복

문화·예술 금한령 이어 경제 때리기/일선 교사 롯데상품 불매 지도까지/英 BBC "中 당국 사드 보복 호소에 젊은층 인터넷서 조소와 풍자 표시"
'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초기 금한령(禁韓令) 등 문화·예술 분야에 국한됐던 보복 공세가 롯데그룹의 부지 제공을 계기로 수입품 통관 등 무역부문과 관광산업에 이르기까지 전 경제 분야로 번지는 기류다. 특히 중국 당국이 교육 현장에서도 어린 학생들을 상대로 반한 감정을 부추기는 것으로 알려져 이번 사태가 양국 국민 간 감정 싸움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

4일 중국 검험검역국 직원들이 운반차량에 실린 수입 식품들을 검역하고 있다. 중국 언론은 랴오닝성 다야오완 검험검역국이 한국 수입식품에 대해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통관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신화망 캡처. 연합뉴스
5일 한 중국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교육당국이 일선 학교에 반(反)한국 교육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동부지역 한 초등학교에서는 전날 학년을 총괄하는 반주임 교사가 학생들에게 “한국이 미국에 땅을 팔아 중국에 위협을 가한다”, “한국은 미국의 앞잡이” 등의 주장을 서너 차례 반복했다고 한 학부모가 전했다. 이 교사는 이어 “한국상품, 특히 롯데 제품은 사면 안 된다”며 한국 상품 불매를 지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당국은 또 야심차게 준비 중인 일대일로 포럼에 아직까지 한국의 정상이나 각료급 인사를 초청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포럼까지 두 달 이상 남아 있지만 현재 탄핵정국이라는 한국 상황을 감안하면 끝내 초청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장관급 인사들에 대한 초청은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드 보복을 위한 의도적 홀대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3일 오전 중국 베이징 왕징의 롯데마트를 찾은 소비자들이 한국식품 등이 진열된 매장을 살펴보고 있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중국 국가여유국의 한국 관광 금지 지시에 따라 중국 여행사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베이징 왕중 국제여행사는 성명을 내고 한국 상품을 모두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한국에 여행 가겠다며 돈을 냈거나 계약한 사람들에게 우리는 다른 대체 여행지를 마련해줄 수 있다”고 전했다. 랴오닝(遼寧)성 다야오완 검험검역국은 지난 4일 수입된 생선 등 한국 식품들이 생산 날짜와 위생 증명서의 날짜가 일치하지 않는다며 통관을 시키지 않았다.

특히 롯데는 집중 타깃이 되고 있다. 이미 중국 전역에서 4곳의 롯데마트 매장이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선양의 한 법원은 롯데마트에서 와인을 구입한 중국인 소비자가 와인 첨가물질이 제대로 표시되지 않았다며 롯데마트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소비자 측 손을 들어줬다.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이트인 씨트립도 롯데호텔을 예약 목록에서 삭제했다. 중국 관영매체도 연일 반한감정을 부추기고 롯데 불매운동을 조장하고 있다. 환구시보는 홈페이지에 “독자가 전화를 걸어와 ‘왜 중국인들이 이런 상황에서도 한국여행을 가는지 모르겠다’고 항의했다”고 전하며 정부의 관광금지 조치에 호응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의 사드 보복 조치를 젊은층이 거부할 조짐도 보인다.

영국 BBC 중문망은 “중국 당국이 오랫동안 ‘애국주의’를 활용해왔지만 지난 10년간 젊은 세대가 이에 호응하지 않고 인터넷에서 조소와 풍자를 표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드라마·영화·식품이 금지됐지만 음성적 경로를 통해 여전히 유통되고 있고, 일부 중국인은 “결국 (한류를 접할)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BBC는 중국 인민해방군 뉴스 웹사이트인 군망(軍網)이 “사드와 관련한 애국적 언행을 조소하거나 풍자하지 말라”는 논평을 게시한 것도 과거와 달라진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