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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정부 들어 대검찰청 공안기획관, 청와대 사정비서관 등으로 잠시 ‘외도’를 경험한 그는 2003년 서울중앙지검 2차장 시절 SK그룹 분식회계 사건 수사를 지휘하며 ‘특수통’으로 새롭게 명성을 얻기 시작한다. 검사장 승진 후에는 서울고검 차장,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대전고검장 등을 역임하고 이명박정부 때인 2009년 서울고검장을 끝으로 검찰을 떠났다.
2008년 10월 대검찰청이 검찰 창설 60주년을 기념해 ‘검찰 20대 사건’을 발표한 적이 있다. 여기엔 오대양 집단 변사사건, SK 분식회계 사건, 대우 분식회계 사건이 포함됐다. 퇴임식 당일 “검찰 60주년을 기념해 선정된 20대 사건에 제가 담당하거나 지휘하였던 사건이 3건이나 선정되는 행운도 있었다”고 말했을 만큼 자부심을 갖는 대목이다. 비록 현직 검사 신분으로 한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 이끈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건은 그가 담당한 4번째 대형사건으로 역사에 길이 남을 듯하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 2년간 대검 중수부장을 지냈기에 박근혜정부 첫해인 2013년 4월 중수부가 폐지될 때 검찰 원로 자격으로 기념행사에 초청받기도 했다. 그는 당시 채동욱 검찰총장 등 후배 검사들로 채워진 검찰 지휘부 앞에서 “중수부가 국민들로부터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폐지된다는 것은 안타깝고 걱정된다”는 고별사를 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황 권한대행은 이번에 특검의 청와대 압수수색 도움 요청을 거부한 데 이어 수사기간 연장 신청도 불승인함으로써 박 특검과 단단히 척을 졌다. 김 전 실장은 문화예술계 지원배제명단(블랙리스트) 사건으로 특검에 구속됐다. 우 전 수석도 특검에 의해 구속영장이 청구됐다가 기각돼 가까스로 구속은 피했으나 이제는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하는 처지다. 옛 인연이 무색하게 박 특검은 “검찰이 영장을 재청구하면 100% 구속될 것”이라고 우 전 수석 입장에선 ‘악담’을 퍼붓기도 했다.
그러나 특검에 구속된 김 전 실장 측 변호인이 첫 공판에서 “구속돼야 할 사람은 박영수 특검”이라고 말할 정도로 그를 향한 반격도 본격화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친박 핵심 의원들은 그를 지목해 “탄핵이 기각되면 가장 먼저 손봐야 할 사람”이라고 공공연히 떠든다. ‘시대의 검객’ 박영수의 향후 행보에 눈길이 가는 까닭이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