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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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체크] '미완'의 특검 수사… 그리고 5가지 결과

1. 삼성 뇌물수수 / 2. 블랙리스트 / 3. 인사·이권 개입/4. 최씨 재산 추적 / 5. 비선진료·대포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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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특별검사팀은 6일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이번 수사의 핵심 대상은 국가 권력이 사적 이익을 위해 남용된 국정농단과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부패 고리인 정경유착”이라며 “국론의 진정한 통합을 위해서는 국정농단 사실이 조각조각 밝혀져야 한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1차 수사기간(70일) 만료 후 수사기간이 추가로 연장되지 않음에 따라 이 같은 목표를 100% 달성하지 못했다는 뜻에서 ‘미완’이란 표현을 썼다.

하지만 수사대상인 박근혜 대통령과 삼성그룹 등은 “수사 결과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9일 삼성 측 피고인들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시작으로 거센 반격이 시작될 전망이다.

◆“대통령이 뇌물수수” VS “황당한 소설 불과”


특별팀이 가장 공을 들인 것은 삼성의 뇌물공여 의혹 규명이었다. 이는 삼성이 박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61)씨 측에 돈을 지원한 행위가 강요에 의한 피해라는 검찰 수사 결과와 본질적으로 다른 부분이다. 특검팀은 이날 내놓은 수사결과에서 “박 대통령이 최씨와 짜고 삼성에서 430억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성사되도록 하라”고 지시하는 등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가 원활하게 지원되도록 전폭 지원에 나섰다. 박 대통령은 이 부회장과 독대한 자리에서 “삼성이 승마를 지원하라”고 노골적으로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이에 삼성은 박 대통령과 최씨가 공동으로 운영한 미르·K스포츠재단에 204억원을 출연했다. 또 최씨 딸 정유라(21)씨의 승마 훈련 지원에 210억여원을, 최씨 조카 장시호(38)씨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에 16억여원을 각각 썼다.

청와대의 지시를 받은 보건복지부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성사를 위해 삼성물산의 대주주인 국민연금관리공단 측에 “합병에 찬성하라”고 압력을 넣은 사실도 드러났다. 이 때문에 문형표(61) 전 복지부 장관은 특검 출범 후 ‘구속 1호’와 ‘기소 1호’의 불명예를 안게 됐다.

박 대통령은 “이 부회장과 독대했을 때 승마 지원을 요구한 적이 없다”며 “뇌물수수죄에 해당한다는 특검의 주장은 황당한 소설”이라고 일축했다. 박 대통령은 삼성 합병 찬성을 지시한 적도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 역시 “결코 대가를 바라고 뇌물을 주거나 부정한 청탁을 한 사실이 없다”며 “재판에서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특검 수사결과를 반박했다.


발표하는 朴특검 6일 오후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많은 기자가 몰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결과 발표를 취재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견해 다르다고 탄압” VS “블랙리스트 몰라”


특검팀은 문화예술계 지원배제명단(블랙리스트)이 단순히 이념적 정책 방향의 변화가 아닌 ‘정파적 이익’에 따른 탄압이라고 결론 내렸다. 문예작품의 성격을 떠나 정부·청와대 입장과 다른 견해를 사실상 ‘반민주’ 세력으로 봐 지원을 차단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문학전문 출판사인 문학동네다. 문학동네는 그간 진보나 좌파라고 분류된 적이 없지만 세월호 참사 관련 책을 발간한 이후 ‘좌편향’ 출판사로 낙인찍혔다는 것이다. 2014년 10월 소설가, 문학평론가, 교수 등 12명이 참사의 아픔을 기술한 글을 모아 ‘눈먼 자들의 국가’라는 책을 펴냈는데 이후 입지가 크게 좁아졌다는 것이 특검팀의 판단이다.

김종덕 전 장관, 정관주 전 1차관, 김종(56) 전 2차관, 조윤선 전 장관
특검팀은 “연간 2000억원 규모의 국가 문화 보조금을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지원에서 배제해 창작의 자유를 침해하고 문화적 다양성을 잃게 해 문화예술인뿐 아니라 국민에게 피해를 줬다”고 밝혔다. 정권에 대한 비판을 원천봉쇄하는 것은 헌법이 규정한 표현의 자유를 정면으로 침해한 중대 범죄라는 것이다. 특검팀은 김기춘(78)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종덕(60)·조윤선(51)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기소했으며 박 대통령도 직권남용 공범으로 입건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블랙리스트에 관해 어떤 지시도, 보고도 받은 적이 없다”고 수사결과를 반박했다. 김 전 실장 역시 최근 변호인을 통해 “특검이 무리한 수사를 했다”며 “박 특검을 구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입학부터 비리 얼룩” VS “어떤 특혜도 없어”


최씨는 삼성에서 부당한 이득을 취한 것은 물론 민관의 각종 인사와 이권 등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검팀은 최씨가 박 대통령에게 부탁해 KEB하나은행 본부장 인사에 개입하는 등 직권을 남용하고 미얀마 공적원조사업(ODA)에 개입해 이권을 챙기려 한 정황을 포착했다. 최씨는 기업인 출신의 유재경씨가 특임공관장으로 선발돼 주미얀마 한국대사로 임명되도록 힘을 쓰기도 했다.

최씨는 딸인 정씨의 입시 및 학사비리에도 깊숙이 관여했다. 정씨가 2015년 이화여대에 체육특기생으로 합격하고 이후 학점 취득 등 학사관리 전반에서 특혜를 받는 과정에 최씨의 입김이 작용했다. 특검팀은 정씨의 부정입학 등을 주도한 혐의로 최경희(55) 전 이대 총장, 김경숙(62) 전 이대 신산업융합대학장, 류철균(51·필명 이인화) 교수 등을 구속기소했다.

다만 정씨는 덴마크에 있어 특검 수사가 이뤄지지 못했다. 덴마크 검찰은 조만간 정씨를 한국으로 송환할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나 정씨는 송환 결정이 나더라도 법원에 소송을 내는 등 끝까지 버틴다는 계획이다. 정씨 측은 “입학이나 학사관리에서 받은 특혜는 어머니가 알아서 한 일”이라며 모든 책임을 최씨에게 떠넘기고 있다. 최 전 총장, 김 전 학장 등 이대 교수들 역시 “정씨에게 어떤 특혜를 준 적도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는 상태다.

◆“대통령 사저까지 대신 구입” VS “사실무근”


특검팀은 최씨 일가의 재산과 관련된 사항을 망라해 총 28개의 의혹사항으로 정리하고 조사를 벌였다. 이를 위해 대법원, 국세청, 국가기록원 등으로부터 수많은 관련 자료를 받아 분석하고 총 94명을 불러 조사했다. 여기서 확인된 최씨 보유 재산에 대해선 법원 확정 판결 전에 임의로 처분할 수 없도록 추징보전 명령을 청구한 상태다.

특검팀에 따르면 최씨의 부동산은 36개, 신고가 기준으로 약 228억원에 이른다. 최씨 일가의 부동산은 총 178개로 시가 기준 2230억여원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현재 재산 보유 상황 조사는 상당한 진척이 있었으나 재산 형성의 불법사항과 은닉사항에 대한 조사가 완료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최씨가 부정축재를 했는지 여부는 앞으로 검찰이 넘겨받아 계속 조사를 진행한다.

특검팀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박 대통령 사저도 최씨가 구입해 박 대통령에게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삼성동 사저는 과거의 장충동 집을 팔아 산 것”이라며 “최씨가 박 대통령 집을 대신 사줬다는 특검 발표 내용은 사실무근”이라고 맞받았다.

마지막 브리핑 박영수 특별검사가 6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기자실에서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단상 앞의 박 특검 뒤로 특검보와 파견검사 등이 나란히 서 있다.
이재문 기자
◆“대포폰 핫라인 구축” VS “전화기 실물 없어”

박 대통령은 주치의나 자문의가 아닌 의료진으로부터 보톡스, 필러 등 총 8회의 미용시술을 받은 것으로 특검 수사결과 드러났다. 특히 최씨 소개로 박 대통령에게 미용시술을 한 김영재(55) 성형외과 원장의 부인 박채윤(47)씨는 본인이 운영하는 의료용품업체 제품이 대형병원에 납품되고 외국에 수출되는 과정에서 청와대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애초 세월호 침몰 사고가 일어난 2014년 4월16일 당일에도 박 대통령이 미용시술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특검팀은 의혹 해소 차원에서 진상을 조사했지만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이 관저에서 미용시술을 받았는지 여부를 밝혀내지 못했다.

돌발 사태 대비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한 6일 경찰이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 주변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반대 시위대 등의 돌발 사태를 막기 위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하상윤 기자
다만 특검팀은 박 대통령이 이영선(38) 청와대 행정관의 도움으로 차명 휴대전화(대포폰)를 만들어 최씨와 570회 이상 통화한 사실을 밝혀냈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대포폰으로 수사 대책은 물론 은폐 방안까지 나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행정관은 ‘주사 아줌마’, ‘기치료 아줌마’ 등으로 불린 정체불명의 여성들을 청와대 관저에 출입시켜 박 대통령에게 무면허 의료행위를 하도록 방조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특검팀이 제기한 대포폰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며 “휴대전화 실물도 없지 않으냐”고 반박했다. 미용시술 등에 대해 박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는 “대통령도 여성으로서 사생활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