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사설] ‘특검의 공’ 넘겨받은 검찰, 진실 규명에 사활 걸어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어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특검은 최대 쟁점인 박근혜 대통령 혐의와 관련해 최순실씨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뇌물) 혐의에서 공모관계에 있다고 결론지었다. 최씨가 박 대통령과 공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도와주고 298억여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추가로 지원받기로 약속한 금액까지 합치면 433억여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번 주 예상되는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결과가 인용으로 나올 경우 박 대통령이 바로 피의자 신분이 된다는 뜻이다.

박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는 어제 곧바로 입장자료를 내고 반박했다. 박 대통령 측은 “태생부터 위헌인 전형적인 정치적 특검”이라고 비판했다. 특검 수사를 전면 거부한다는 것과 다름없는 반응이다.

박영수 특검팀은 그간 90일간 수사를 통해 피의자 30명을 법정에 세웠다. 박 대통령과 최씨 간 차명폰 통화 사실과 블랙리스트 존재 등을 확인했다. 청와대 압수수색 불발과 박 대통령 대면조사 거부, 활동 기한 등 제약 속에서 나름대로 거둔 성과다. 하지만 특검이 수사 성과를 내기 위해 삼성 수사에 집착해 ‘삼성 특검’으로 전락했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특검이 채 마무리짓지 못한 수사는 이제 검찰로 넘어간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을 낸 다른 대기업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수사 등이 그것이다. 검찰은 지난해 1차 수사를 했던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와 형사8부 등 3개 부서로 ‘2기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해 수사에 나섰다. 하지만 검찰이 제대로 수사할지 벌써 의구심을 품는 국민이 많다. 특검 수사에선 우 전 수석이 지난해 김수남 검찰총장 등 검찰·법무부 간부들과 수시로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에는 우 전 수석 시절에 인사 혜택을 받은 ‘우병우 사단’이 아직 건재하다.

검찰 개혁에 대한 요구는 어느 때보다 거세다. 검찰은 이번이야말로 불명예를 씻는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수사해야 한다. 특히 우 전 수석의 수사는 검찰 해명대로 통상적인 통화로 얼렁뚱땅 넘어갈 일이 아니다. 여론의 향배를 살피면서 제 식구 감싸기 식으로 수사했다가는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 있음을 잊어선 안 된다. 조직의 명운을 걸고 수사에 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