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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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플러스] '40년 지기'의 대응전략… 갈수록 '판박이'

최순실 "여기는 민주주의 특검 아냐" 외치자 박 대통령 TV 출연해 "거짓말로 쌓은 산" / 유엔인권이사회 제소 방침 나오자 이번에는 한술 더 떠 "유엔 산하 ICJ 국제재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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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수사를 끝내며 박근혜(65)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61)씨를 사실상 ‘한 몸’이라고 결론내렸다. 그동안 숱하게 제기된 두 사람의 ‘경제적 공동체’ 의혹에 근거가 있다고 손을 들어준 셈이다. 박 대통령은 “경제적 공동체 개념은 억지도 너무 억지”라며 강하게 반박했고 최씨도 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진행된 특검 수사와 그에 대한 두 사람의 대응을 보면 ‘정말 한 몸 아닌가’ 싶을 정도로 유사성이 눈에 띈다.

◆崔 “자백 강요” 외침 직후 朴 인터넷방송 출연

최씨는 설 연휴를 앞둔 지난 1월25일 특검에 체포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최씨는 구속 상태로 구치소에 있지만 특검의 거듭된 소환 통보에 불응하다 결국 체포영장이 집행돼 특검으로 끌려나온 참이었다.

평소 하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다니던 그는 이날따라 마스크를 벗고 맨얼굴을 드러내더니 구치소 호송차에서 내리자마자 “여기는 민주주의 특검이 아닙니다, 자백을 강요하고 있어요”라고 고함을 쳤다. 지난해 처음 검찰에 출석할 때 “죽을 죄를 지었다”며 울먹이던 것과 180도 달라진 모습에 국민들은 경악을 넘어 분노를 느꼈다.

같은 날 박 대통령도 전격적으로 ‘행동’을 개시했다. 한국경제신문 주필이 운영하는 인터넷방송 ‘정규재TV’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는 누군가의 기획인 것 같다”고 주장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 사태는 거짓말로 쌓아 올린 거대한 산”이라며 검찰과 특검의 수사 내용을 모두 부인했다.

이튿날인 1월26일에는 최씨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가 ‘거사’를 일으켰다. 서울 서초동 자신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특검이 최씨에게 폭언을 하고 변호인을 배제하는 등 인권침해 수사와 불법행위를 하고 있다”며 특검 수사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최씨-박 대통령-이 변호사’로 이어진 3박자가 딱 들어맞은 대응에 “미리 계획한 것 아니냐”고 기자들이 지적하자 이 변호사는 “변호사로서 직무 수행일 뿐 정치적인 것과의 연결은 경계한다”고 부인했다.

◆崔 ‘위헌신청’ 방침 이어 朴 “태생부터 위헌적”

특검 수사결과 발표를 사흘 앞둔 지난 3일 박 특검과의 고별 오찬간담회를 막 마친 기자들에게 이 변호사의 기자회견 소식이 전해졌다. 황급히 달려온 기자들 앞에 선 이 변호사는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 방침을 밝혔다.

특검법은 제3조 2항에 ‘대통령은 특별검사를 임명하기 위한 후보자 추천을 원내교섭단체 중 더불어민주당 및 국민의당에 서면으로 의뢰해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특검 후보 추천권을 야당에게만 부여한 것이다. 이 변호사는 이를 들어 “정치적 중립성을 상실한 특검은 태생적으로 위헌”이라며 “위헌적 특검에 의한 수사결과도 모두 무효”라고 주장했다. 만약 최씨 재판부가 이 신청을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면 최씨 재판은 헌재 결정 때까지 중단된다.

유영하 변호사
박 대통령도 특검 수사결과 발표 직후 같은 논리를 들었다. 박 대통령 변호인 유영하 변호사는 6일 언론에 배포한 특검 수사결과 반박문에서 “특검은 태생부터 위헌”이라고 이 변호사와 거의 비슷한 표현을 썼다. “처음부터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기대할 수 없었던 특검의 수사결과는 전혀 인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검의 위헌성 여부야 법원과 헌재가 가릴 일이나 박 대통령 측 논리에는 모순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국회가 통과시킨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었는데도 그냥 공표한 장본인이 바로 박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박 대통령은 “특검 조사에 협조하겠다”고 대국민 약속까지 했었다.

◆崔 ‘유엔 제소’ 강조에 朴 “ICJ 국제재판 간다”

이 변호사는 최근 한 언론과 단독 인터뷰에서 유엔인권이사회에 청원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씨에 대한 인권침해가 검찰과 법원에서 개선되지 않을 경우”라는 단서를 달긴 했으나 최씨 사건을 처음 국제문제로 비화시킬 가능성을 거론한 것이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최씨가 구속된 이후 검찰과 법원은 최씨에게 서신 교환이나 책 반입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 변호사는 “독방에 갇힌 상태에서 정신적 생존을 위한 책조차 반입을 금지시킨 건 중대한 인권침해”라고 주장한다. 이에 검찰은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최씨가 다른 공범과 말을 맞추거나 관련자들에게 위증 및 증거인멸을 교사할 수 있어 불가피하게 취한 조치”라고 반박했다. 법원도 “검찰의 주장이 일응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박 대통령 대리인단 소속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유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대리인단 구성원이자 시민단체 ‘법치와애국모임’ 사무총장인 조원룡 변호사는 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리는 ‘박영수 특검 및 김수남 검찰 인권침해 조사위원회’ 출범식 및 기자회견에서 “박 특검과 김 검찰총장 등 관계자들을 유엔에 제소하는 방안까지 바라본다”고 밝혔다.

조 변호사는 심지어 헌재에서 탄핵이 인용되면 유엔 산하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할 방침까지 세워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한 언론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ICJ가 있는 네덜란드 헤이그) 현지 한인 변호사들과 준비를 하고 있다”며 “이 음모를 국제사회에 낱낱이 밝히는 것이 궁극적으로 국격을 회복하는 길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