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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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완식의 화랑가 산책] 글로벌 화랑 국내 진출 위기이자 기회, 정책 담당자와 미술계 머리 맞대야

글로벌 화랑들이 속속 국내에 진출하고 있다. 지난해 프랑스 파리 페로탱갤러리(서울 팔판동)에 이어 7일에는 미국 뉴욕의 메이저 화랑인 페이스갤러리(사진)가 서울 이태원에 둥지를 틀었다.

미국과 유럽 미술품을 사들이는 국내 컬렉터들을 직접 공략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게 미술계의 시각이다. 실제로 최근 들어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자금들이 검증이 끝난 외국 유명작가 작품으로 몰려들고 있다. 딜러에게 특정 작가의 작품을 구해 달라는 수요가 엄청나다. 일각에서는 자금 규모가 1조원에 가까울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10년 내 국내 미술시장 규모가 10배 이상 커질 것으로 전망하는 이들도 많다. 국내 경제 규모에 비춰본다면 이상할 것도 없다. 오히려 보수적인 진단이라는 게 중론이다. 세계적 화랑들이 국내 컬렉터들을 향해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자신들의 전속작가 작품을 집요하게 마케팅하는 배경이다. 외국 대가의 작품을 한국에 선보이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고 천명할 정도다.

국내 미술시장이 유동자금을 탐지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면 천문학적인 자본유출이 염려되는 이유다. 한국미술의 다양한 ‘가치’를 어필할 수 있는 미술계의 노력이 어느 때보다도 요구되는 시점이다.

한국미술이 저평가됐다는 점에서 투자 가치의 여력은 충분하다. 10배 이상의 가격 상승 가능성도 크다. 상투잡이에 근접하고 있는 외국작품에 비해 안전한 투자처란 분석이다. 한국고미술시장도 진위 감정의 신뢰도에 따라 폭발적인 가격 상승이 기대되고 있다.

문제는 국내 컬렉터와 기획자, 딜러들이 가치 소통을 할 수 있는 기회들이 충분히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치 지향의 기획전시를 중심으로 ‘미술소사이어티’가 형성돼야 한다.

미술정책을 놓고 담당자들과 미술계가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위기는 기회라는 점에서 한국미술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