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안데르센 동화에 등장하는 인어공주는 사랑하던 왕자와 결혼하지 못하고 물거품으로 변하고 맙니다. 그런데 아이를 안은 모습이라니! 이승에서 이루지 못한 간절한 사랑은 다음 생에서 결실을 맺는다고 합니다. 아마 둘은 그렇게 다시 만나 사랑을 하고 예쁜 딸을 낳았나 봐요. 액자에 자수를 놓은 식당 여주인은 비운의 사랑을 해피엔딩으로 이어주고 싶었나 봅니다.
"인어공주는 어떻게 아이를 낳았을까요?" 식당 종업원이 느닷없이 질문을 툭 던집니다. 물고기의 하체를 가진 인어가 무슨 수로 아이를 낳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죠.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지요. 자식은 하체로, 육신으로 낳는다고요. 아닙니다. 자식은 상체로, 사랑으로 낳습니다. 사랑이 없다면 연어는 수만리 바다 길을 헤엄쳐 강을 거슬러 오르지 않을 테지요. 사랑이 없다면 매미는 여름 한 철의 삶을 위해 깜깜한 땅속에서 17년을 인내하지 않을 것입니다.
식당 여주인이 인어 모녀의 그림을 자수로 완성하기까지 만 번의 손놀림이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부모와 자식이 인연을 맺기까지 만 겁의 인연이 있어야 합니다. 1겁은 한 마리의 물고기가 물을 마셔 바닷물이 고갈되기까지 걸리는 시간과 유사합니다. 그런 장구한 시간을 만 번이나 반복해야 비로소 부모 자식 간의 인연이 맺어집니다. 인어 모녀 액자의 한 땀 한 땀 자수에서 영겁의 사랑을 봅니다.
배연국 논설실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