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상당수도 집안일은 부부가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지만, 막상 실천으로 이어지진 않았습니다. 생각과 행동이 '따로' 노는 것입니다.
워킹맘들은 육아 문제에 시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를 맡길 곳이 마땅치 않으면 퇴사를 감내해야 하고,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가정주부의 길을 택해야 합니다.
이처럼 대한민국에서는 여성이 맞벌이 부부로 살아가기 힘들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실제 가사를 공평하게 분담하고 있다고 밝힌 남편은 10명 중 채 2명도 안 되는 수준이었습니다.
특히 세계일보가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맞벌이 여성의 주당 가사 및 직장 노동시간은 남편보다 반나절 이상 더 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기 고양시에 사는 맞벌이 주부 A씨는 남편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둘이 벌여야 하는 형편이라 주말 부부를 감수해야 하는데, 남편은 집안일에 손 하나 까딱 않으려든다는 게 A씨의 하소연이다. 쓰레기 분리수거라도 해주면 감지덕지해야 할 형편이다.
남편은 주중 뼈빠지게 밤늦도록 일했으니 주말에는 골프 등 취미를 즐겨야겠다며 집을 비우기 일쑤다. 그러면서 시간제로 일하는 A씨에게는 근로시간이 상대적으로 적은 만큼 집안일을 도맡으라고 종용한다고 한다.
이처럼 맞벌이 여성의 삶은 팍팍하기만 하다.
집에서는 하루 3시간이 넘는 가사노동을 해야 하고, 가정 밖에서는 주 40시간이 넘는 장시간 노동을 견뎌야 했다.
남편의 협조도 개선되는 추세이기는 하나 아직 그리 기대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그만큼 상대적으로 과도한 가사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워킹맘은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과 성희롱, 성차별, 직업 불안전성 등에 시달리는 게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과연 A씨가 남편에 비해 가사와 근로에 쏟아붓는 시간이 적은지 알아봤다.
◆남편이 ‘웬수’(?)…맞벌이 여성 주당 가사·직장 노동시간 남편보다 반나절 더 길어
8일 통계청의 '2016 일·가정 양립지표'를 보면 2014년 기준 맞벌이 가구 여성의 가사노동 시간은 하루 평균 3시간 14분에 달한다. 2004년 3시간 28분, 2009년 3시간 20분과 비교하면 점차 단축되는 추세이기는 하나 여전히 3시간 넘도록 집안일까지 마쳐야 하루 일과를 끝낼 수 있었다.
이에 비해 맞벌이 남성은 2014년 현재 40분에 그쳤다. 2004년 32분, 2009년 37분에 이어 갈수록 길어지고는 있으나 증가 폭은 더딘 편이다.
맞벌이 여성의 가사노동 시간이 2004년 이후 10년 만에 14분 단축되는 동안 이를 대체해야 하는 남성은 8분을 늘렸을 뿐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결과를 두고 맞벌이 남성은 부인보다 회사에서 더 오랫동안 일해야 하는 탓이라고 둘러댈지 모르겠다.
실제로 2014년 기준 맞벌이 남성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46.8시간으로 여성(41.4시간)보다 5.4시간 많았다.
그렇다면 맞벌이 부부의 주간 가사 및 근무시간의 총합은 누가 더 많을까.
맞벌이 여성의 하루 평균 가사 노동시간이 남편보다 2시간 34분 즉 2.6시간 더 긴 만큼 주간으로는 18.2시간 더 일하는 셈이 된다. 이에 반해 남편은 직장에서 주당 5.4시간을 더 근무한다. 단순 계산해도 맞벌이 여성이 주당 12.8시간이 더 노동을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맞벌이 여성은 직장근무와 가사에 따른 1주간 전체 노동시간 기준으로 남편보다 반나절 더 일하는 셈이다.
2015년 기준으로 보면 맞벌이 남성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46.7시간으로 전년 대비 0.1시간 줄고, 같은 기간 여성은 0.5시간 단축돼 감소폭이 훨씬 컸다. 그럼에도 부인이 가사 분담을 주도하는 현실에는 큰 변화가 없는 만큼 맞벌이 여성이 부담을 크게 덜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가사분담은 여성 몫…배우자 있는 여성, 사별·이혼한 이보다 가사노동시간 더 길어
실제로 맞벌이 여부와 상관없이 부인이 집안일을 주도하는 가구가 대다수였다.
통계청의 '사회조사' 결과 2014년 기준 부부가 함께 살고 있는 가구 중 부인이 가사부담을 주도하는 비중은 전체의 80%를 넘었다. 응답자별로 보면 남편의 80.5%, 부인도 81.5%에 이에 동의했다. 지난해 이 조사에서도 남편의 78.9%, 부인의 79.6%가 각각 ‘가사는 부인이 주도한다’고 밝혔다.
이에 비해 가사를 남녀가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는 의식을 날로 개선되는 추세다. 작년 사회조사를 보면 전체의 53.5%가 이런 인식을 드러냈는데, 2년 전(47.5%)에 비해 6.0%포인트 올라 역대 처음으로 과반을 차지했다.
다만 실제로도 가사를 공평하게 분담하고 있는 응답은 남편이 17.8%, 부인이 17.7%에 각각 그쳐 이상과 현실 사이 간극을 드러냈다. 공평 부담 응답 비중이 2008년 조사 당시 남녀 각각 8.7%와 9.0%에서 두배 수준으로 올라선 게 그나마 맞벌이 여성에게는 위안거리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남편이 있는 여성은 미혼 또는 사별·이혼한 이에 비해 하루 평균 최대 3시간여 더 집안일을 돌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기준 남편이 있는 여성의 가사노동 시간은 하루 평균 4시간 19분에 달했다. 이는 미혼 여성(1시간 3분)보다 3시간 16분, 사별·이혼한 이(2시간 43분)보다 1시간 36분이 각각 더 긴 수준이다.
배우자를 둔 여성은 2004년 4시간 35분, 2009년 4시간 26분보다 집안일에 소비하는 시간을 단축하기는 했으나 도와줄 남편이 있음에도 여전히 4시간 넘게 집안일을 돌봐야 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