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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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세이] 봄의 신호와 미래

미래는 분명히 온다. 새롭게 변화된 환경으로 다가온다. 우리는 달라질 앞날에 대비해 미리 필요한 준비를 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미래가 어떤 모양으로 다가올지 도대체 예측할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가령 점점 거세지는 중국의 사드 보복은 우리에게 어떻게 영향을 끼치며 계속 진행될지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우리 아파트단지의 정문 건너편으로 곧바로 뻗어나 있는 도로의 길섶에는 두 그루의 목련 나무가 있다. 이곳 옥수동에서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나의 봄은 그들 나무에서 피어나는 목련꽃으로부터 온다. 가끔은 좀 더 이르게 겨울 끝자락의 시린 추위를 박차고 아파트 단지에서 뛰어다니며 노는 아이들 소리로부터도 봄이 오는 신호를 찾기도 한다. 북반구의 봄은 낮과 밤의 시간이 똑같은 20일 춘분으로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살고 있는 환경이나 경험에 따라 감지되는 봄의 시작은 각기 천차만별일 것이다.

서명교 대한건설정책연구원장
아주 어릴 적 시골에서 유년기의 나의 봄은 파릇파릇 돋아나는 봄나물을 캐는 것으로부터 왔었다. 초등학교도 다니기 전인 또래의 동네 아이들과 어울려 남녀 가릴 것 없이 조그마한 싸리바구니를 들었다. 가끔은 아직 차가운 기운이 스치는 골 깊은 밭까지도 쏘다녔다. 매화꽃, 개나리꽃, 참꽃, 할미꽃은 아지랑이와 함께 봄다운 기운을 더해줬다. 나아가 살구꽃, 복숭아꽃은 봄을 깊은 몽환적 계절로 완성해 갔다.

얼마 전 필리핀의 보홀 섬에서 길지 않은 다리를 통해 건넜던 팡라우 섬에서 잠시 머문 적이 있었다. 작은 보트를 옮겨 타고 초승달 모양의 긴 눈썹과 같은 모래톱만 있는 버진 아일랜드를 찾았다. 발을 담근 에메랄드빛 바닷물은 따뜻했고, 흩어져 있는 뭉실한 구름 사이로 내린 태양 볕은 우리의 초여름 정도의 후끈한 열기를 전해줬다. 적도 가까운 그곳의 사계절은 우리처럼 그렇게 뚜렷하지 않다. 이에 따라 벼는 4모작이나 한단다. 그럼에도 망고는 7~8월이 돼야 제철로 수확을 한다고 했다. 계절의 순환은 여기도 예외가 아니었다.

계절의 순환을 경험을 통해 알았듯이 주택경기나 건설경기에 대한 미래예측도 대개 과거의 실적을 토대로 한다. 주택가격이나 건설투자 등의 실적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동하는가를 통계적으로 분석해 장래를 전망하고 있다. 변동은 추세변동, 순환변동, 계절변동, 불규칙변동으로 구성된다. 이 중 비경기적인 변동인 1년에 일정주기로 반복되는 계절변동과 외환위기와 같이 우발적 사태로 일어나는 불규칙변동은 통계분석 시 이를 제거한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일정한 방향성을 가지는 추세변동과 경제 내적 요인으로 일정한 주기로 반복되는 순환변동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고 있다. 영향이 큰 순환변동은 회복, 호황(확장기), 후퇴, 불황(수축기) 순으로 진행된다. 그런데 예측된 미래가 탐탁하지 않다면 그대로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정책 등을 통해 새로운 미래로 바꿔 나갈 필요가 있다. 미래는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경칩이 지난 지도 5일이나 됐다. 남도와 달리 아직 서울에서는 눈에 도드라진 봄의 신호는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한꺼번에 봄이 화들짝 피어날 것 같다. 봄이 된다는 것은 시간의 흐름을 말한다. 봄이 지나면 여름이, 여름이 지나면 가을이, 가을이 지나면 겨울이 온다. 그리고 그 겨울이 지나면 다시 봄이 올 것이다. 우주의 시간은 이렇게 끝없이 순환하며 흘러갈 것으로 우리는 믿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 우리는 미래를 스스로 아름답게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봄엔 살랑살랑 불어올 봄기운을 흠뻑 느끼러 가벼운 산책이나 여행을 한껏 꾸려보는 것은 어떨까.

서명교 대한건설정책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