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박근혜 전 대통령 대리인단, 침통·반발

10일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을 선고하자 대통령 대리인단은 탄식 끝에 침묵했다. 대리인단은 앞서 헌재의 탄핵심판 변론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 등을 문제 삼으며 재심 청구 가능성을 여러차례 언급한 바 있지만, 이날 선고 직후에는 별도의 공식입장을 내지 않았다. 그러나 대리인단 중 한 명인 서석구(73·­사법연수원 3기) 변호사는 선고 직후 “절차와 결과가 모두 잘못된 졸속 재판”이라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선고 결과에 대한 불복 여부는 추후 내부 입장을 정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서 변호사는 선고 직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변호인단 전체가 아닌 일원으로서의 견해라는 전제로 “이 재판은 통합진보당 해산을 선고하던 그때와 같은 순수한 법과 양심에 의한 재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올바르지 않은 재판”이라고 비판했다. 서 변호사는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180일간 탄핵심판 재판을 할 수 있도록 돼있는데 왜 이렇게 졸속으로 하느냐”며 “특정 개인(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퇴임에 맞춰 끝내야 한다는 법이 어디있나”라고 항의했다.

그는 또 “(대통령 대리인단이 변론 과정에서) 증거 신청을 무더기로 기각시키는 경우에 한정해 ‘중대한 결심’을 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도 헌재 소장이 무더기로 증거 신청을 기각했다”며 “오늘 만장일치 결과를 보면 증거 신청을 무더기로 기각할 때 이미 결론이 나왔던 것 아닌가 추측된다”고 말했다.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이 당초 예측한 선고일과 실제 선고일이 거의 비슷했다며 국회와 헌재간의 ‘교감설’을 언급했다.

서 변호사는 일명 ‘고영태(전 더블루K 이사) 녹음파일’이 증거로 채택되지 않은 것을 또다시 문제 삼았다. 그는 “고영태가 재단 사무부총장으로 가서 (재단을) 장악하려는 모의를 했다”며 “재단 곳간을 빼내려고 모의한 고씨의 녹음 파일은 왜 증거로 안 하느냐”며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기도 했다.

다만 ‘판결에 승복하지 못하나’, ‘재심 청구할 생각이 있느냐’ 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해서는 “내 발언은 대리인단의 한 사람으로서 의견”이라며 “다른 대리인들과 협의해서 나중에 이야기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한편 그간 탄핵심판 변론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 대리인단을 대표해 공식 입장을 밝혀온 이중환(58·〃15기)변호사는 이날 선고가 끝난 뒤 별도의 발언을 하거나 취재진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헌재를 빠져나갔다. 변론과정에서 ‘막말’ 논란이 일었던 김평우(72·사법시험 8회) 변호사는 심판정에 나오지 않았다.

장혜진 기자 jangh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