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은 헌재의 탄핵 인용이 발표되자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몇몇 이들은 눈물을 펑펑 흘렸고, 더러는 “계엄령을 선포해서 다 쓸어버리자”, “대한민국이 망했다. 빨갱이 공산주의자들의 손에 넘어갔다” 등의 과격한 발언을 쏟아냈다. 이후 30분쯤 흐른 오전 11시50분쯤부터 태극기 집회는 불법 폭력 시위로 변질됐다. 단상에 오른 탄기국 집행부들이 “질서를 지켜야 한다. 우리가 폭력적으로 변하면 저들은 우리를 ‘폭도’라고 부를 것”이라며 폭력 사용에 대한 자제를 요청했으나 소용없었다. 대다수의 집회 참가자들이 헌재 방면으로 행진하기 위해 안국역 사거리에서 헌재 방면으로 둘러쳐진 폴리스라인을 죽봉과 각목, 태극기봉 등으로 두드리고, 경찰 차벽을 부수고 경찰차에 오르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따로 없을 만한 ‘광기’였고, 그들은 ‘폭도’나 다름 없었다.
낮 12시30분쯤에는 태극기 집회 참가자로 추정되는 중년 남성이 인파에 끼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되기도 했다. 경찰들이 그를 인도쪽으로 눕히고 심폐소생술과 인공호흡을 실시했지만, 집회 참가자들은 경찰이 때려서 그렇게 된 것으로 오인하며 경찰에게 폭력을 휘두르기도 했다. 비슷한 시각 또 다른 중년 남성도 피를 흘리며 쓰러졌고, 인근 병원으로 옮겼지만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