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관련 여론조사를 보면 그동안 국민적 여론의 변화는 거의 없었다. 작년 12월 조사에서는 ‘탄핵 찬성 81%, 반대 14%’였고, 3월 초의 같은 조사에서도 ‘탄핵 찬성 77%, 반대 18%’였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찬성과 반대 의견의 일부 등락이 있었지만 ‘압도적 탄핵 찬성’의 전체적 흐름은 지난 3개월 동안 계속 유지됐다. 압도적 탄핵 찬성의 여론 동향은 지역과 세대를 막론하고 전체적으로 유사한 모습이기도 했다. 이렇게 보면 대통령 탄핵이 ‘정치적으로 결정된’ 작년 12월 9일 국회의 대통령 탄핵 표결이 법률적 절차에 따라 최종 마무리된 것이다.결국 헌재의 어제 결정은 ‘정치적 탄핵의 법적 마무리’였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정치학 |
그럼에도 탄핵 찬성의 경우든, 반대의 경우든 상당수 사람이 자신의 입장과 다른 헌재의 결정일 경우 승복하지 않겠다는 것은 걱정되는 대목이다. 개인적 의견은 언제든 다를 수 있지만, 탄핵 찬성이었든 반대였든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헌재 결정의 존중과 승복이다. 그것이 대한민국의 헌법 절차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두 축의 하나가 바로 법치주의다.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와 헌재의 대통령 파면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진행된 절차였다. 개인적으로 좋고 싫음, 동의와 반대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투표에서는 앞섰지만 선거인단 수에서 뒤져 대통령 선거에서 패했음에도 미국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결과를 존중하고 승복하는 모습을 보인 앨 고어와 힐러리 클린턴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찬탄과 반탄’ 집회가 헌재 선고일 전날은 물론 당일 아침까지 총력전을 펼쳐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는데, 헌재의 선고 직전 대통령 측에서 “어떤 결정이든 받아들이겠다”고 한 것은 다행이다. 정치권의 역할도 있다. 물론 정치권도 헌재 결정 존중에 같은 목소리는 냈지만 내용과 분위기는 조금씩 다른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특히 구여권 일부 강경파의 불복 다짐도 있어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이제 곧 대선이다. 헌법에 따라 60일 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 선거는 법치주의와 함께 민주주의의 양대 축이다. 그런데 선거는 본질적으로 한 공동체의 정치·사회적 분열을 공식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이다. 헌재 결정 전까지의 ‘찬탄과 반탄’의 갈등은 앞으로 대통령 선거를 통해 해결되고 해소돼야 한다. 그것이 우리 공동체의 정치적 의사결정 방식이다. 법치주의와 선거를 통한 갈등 해소와 통합은 민주주의의 핵심가치이자 민주주의 운용의 제도적 장치이다. 법치주의와 선거를 통해 우리 민주주의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것이다. 어제의 헌재 결정은 국론분열 종식과 화합의 밑거름이 돼 새로운 대한민국 공동체의 출발점이 돼야 할 것이다. 이제 새로운 시작이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