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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꺼진 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된 10일 저녁 청와대 본관에 불이 꺼져 적막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삼성동 자택의 상황 때문에 이동하지 않고 관저에 머물렀다. 연합뉴스 |
충격에 휩싸인 청와대는 하루 종일 할 말을 잃은 모습이었다. 청와대 참모들은 이날 각자 자신의 사무실에서 TV 생중계를 통해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 장면을 시청했다. 대통령 파면 결정이 내려지자, 긴장감 속에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선고문 낭독을 듣고 있던 청와대 관계자 사이에서 탄식이 쏟아져 나왔다. 박 전 대통령도 관저에서 자신에 대한 파면 결정을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된 10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 수많은 취재진이 민간인 신분의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나서는 모습을 담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삼성동 자택 상황 때문에 오늘은 이동하지 못한다. 박 전 대통령은 오늘 관저에 있게 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
청와대는 결국 3시간 가까운 마라톤 회의 끝에 박 전 대통령의 향후 거취와 관련한 계획 발표를 미루기로 결정했다. 박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삼성동 상황 때문에 오늘(10일)은 이동하지 못하고 관저에 있게 된다”며 “일단 입장 발표나 메시지 전달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삼성동 사저의 경우 화장실과 보일러 등 기본 시설에 대한 점검만 마쳤고, 경호 준비는 전혀 진행하지 못한 상태다. 이날 오후 삼성동 사저에서는 정장 차림의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직원들이 베이지색 상자 등 짐을 옮기는 모습도 포착됐다. 박 전 대통령이 사저에 도착하기 전 미리 물건을 옮겨두고 사저에 필요한 물품들을 확인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11일에는 서울 도심 곳곳에서 대규모 집회·시위가 벌어져 경호가 까다로워질 수 있다는 점에서 박 전 대통령의 사저 복귀가 며칠 더 미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면 청와대 내부에서는 박 전 대통령 측 대리인단에 화살을 돌리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대리인단이 ‘태극기 집회’를 포함한 보수층 여론전에 집중하다가 정작 탄핵심판의 법리 대응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는 것이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