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차 촛불집회가 열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실적압박과 스트레스에 목숨을 끊은 고 홍수연씨를 추모하고 있다. |
김초원, 이지혜 선생님. 세월호 희생자로 단원고 2학년 3반과 7반의 담임이었다. 참사 당시 아이들을 구하다가 세상을 떠난 두 사람. 그러나 순직이 인정되지 않고 있다. 정규직이 아닌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였다. ‘세월호 희생자 김초원·이지혜 선생님 순직 인정 대책위원회’는 이날 광장에서 서명운동을 하고 있었다.
위원회에서 일하고 있는 황락(37)씨는 순직이 인정되지 않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황씨는 “정규직 선생님과 같이 아이들을 구하다 돌아가신 게 똑같은데 순직이 안 된다는 것은 맞지 않다”며 “이들은 선생님이라는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며 학생들과 함께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음 주부터 관련 재판이 열려 시민들의 서명을 빨리 받기 위해 광장으로 나와서 급하게 서명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11일 부양의무제기준폐지를 요구하는 부스를 찾은 시민들이 서명을 하고 있다. |
한국사회의 최약자 중 하나인 비정규 노동자들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강했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김혜진(50·여) 상임 집행위원장은 ”광장의 촛불이 꺼지는 대신 이제는 직장에서 촛불을 들자”고 제안했다. 김 위원장은 “광장에서 부정과 부패에 촛불을 들고 ‘아니’라고 말했듯이 직장에서도 부당한 지시와 불법관행에 ‘아니’라고 말하자. 촛불의 승리 경험으로 직장에서 용기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국정농단의 정점에 있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을 쫓아내기는 했지만 농단에 동조하고, 농단을 가능하게 했던 세력과 구조를 바꿔야한다는 주장은 여전히 높았다. 직장인 김정윤(29·여)씨는 “다행히 탄핵 결정이 났지만 이제 시작이다”며 “우병우, 최순실 등 국정농단의 핵심 세력들이 제대로 처벌 받는 것을 확인할 때까지는 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 사람들에게 면죄부가 주어져서는 안 된다. 검찰이 법대로 공정하고 엄정하게 수사를 진행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가 권력의 힘에 좌지우지 하는 사회가 아닌 법치주의 사회, 공정한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윤동환(45)씨는 재벌개혁을 이야기했다. 윤씨는 “국정농단의 또 다른 주축은 삼성, SK와 같은 재벌”이라며 “대기업 관계자들을 엄정하게 수사하고 앞으로 열리는 새로운 정권에서는 대기업이 일방적으로 특혜를 보는 사회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그는 또 “새로운 정권은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공정하게 서로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인 양극화 해결의 첫발을 내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자원봉사자로 10번 넘게 촛불집회에 참여했다는 최지열(35)씨의 말은 광장의 다양한 주장이 가지는 의미를 이렇게 정리했다.
“광장에서 터져나온 다양한 목소리는 토의를 거쳐 많은 시민들의 동의를 이끌어내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누가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습니까. 광장이 아니었다면 여전히 외면받았을 거예요. 촛불이 끝난다고 소수자와 약자의 목소리도 잦아드는 게 아니라 더욱 키워나가야 합니다.”
글·사진=이창훈·김지현 기자 coraz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