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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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이슈] '엘리베이터 걸' 특채 …박근혜 따라하는 트럼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으로 청와대에서 쫓겨났다. 이 뉴스는 미국의 주요 신문과 방송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미국 정치권의 이단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는 미국 조야의 일부 인사들은 “한국이 부럽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과 트럼프는 ‘불통’의 지도자로 닮은꼴이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 불통 인사, 수첩 인사로 첫단추를 잘못 뀄다. 트럼프 대통령도 마찬가지이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에서 화제의 인물 중의 한 사람이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이다. 전지현 헬스트레이너로 유명했던 윤씨는 박 전 대통령 곁에서 보좌하는 제 2 부속실 3급 행정관으로 특채돼 그의 역할과 직책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웨스터하우트.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의 트럼프타워 ‘엘리베이터 걸’(CNN 보도)을 백악관 ‘행정 보좌관’(executive assistant)으로 특채했다. 1990년생으로 올해 26세인 매들린 웨스터하우트가 그 주인공이다. 평행이론처럼 특이한 점은 웨스터하우트 역시 윤전추씨처럼 ‘헬스 트레이너’ 출신이라는 점이다.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
윤씨는 1979년 생으로 34세의 나이에 3급인 최연소 청와대 행정관으로 발탁됐다. 3급인 행정관은 9급으로 시작했으면 약 33년, 5급 시작이라면 20년 이상 걸리는 ‘국장급’ 고위직이다. 그는 단국대 체육교육과를 졸업하고, 강남 인터컨티넨탈 호텔 헬스클럽에서 전지현, 한예슬 등 유명 연예인과 재벌 총수들의 개인 트레이너로 일했다고 한다. 윤씨는 지난해 10월 TV 조선이 보도한 영상 속에서 최순실의 일을 거드는 모습이 드러나 주목을 받았다. 그는 최씨의 말을 메모하거나 옷을 직접 펼쳐보이기도 함으로써 최순실씨의 측근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던 인물이다. 최순실씨가 차명 휴대전화 ‘핫라인’으로 하루 평균 3차례가량 통화했고, 그 상대 휴대폰은 바로 윤 행정관이 차명으로 개설한 것으로 특검 수사에서 드러났다. 윤 행정관은 박 전 대통령 곁에서 최씨의 전화가 걸려 오면 박 전 대통령에게 전화기를 넘겨주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매들린 웨스터하우트 백악관 행정보좌관.
트럼프의 웨스터하우트 행정보좌관은 ‘엘리베이터 걸’, ‘트럼프타워 걸’이라는 별명으로 불리지만 그녀는 사실 엘리베이터 걸이 아니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대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했으나 졸업 후에 워싱턴 DC에서 헬스 트레이너로 일했다. 그녀는 2012년 대선 당시에 밋 롬니 공화당 후보 캠프에서 일했고, 2013년에 공화당전국위(RNC)의 케이티 월시 사무총장의 비서로 일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웨스터하우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8일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고, 뉴욕에 있는 자신 소유의 트럼프 타워에 당선자 사무실을 열었다. 웨스터하우트는 이때 대통령 당선자 특보로 임명됐다. 그녀는 트럼프가 장관과 백악관 고위 참모 인선을 위해 예비 후보들을 연쇄 면담할 때마다 이들을 안내했다. 

장관이나 백악관 고위 참모 후보 등 트럼프 정부를 이끌 핵심 인사들이 등장할 때마다 그녀의 모습이 텔레비전 카메라에 잡혔다. 그녀는 트럼프 타워에 주요 인물이 등장하면 마중을 나가 엘리베이터를 거쳐 트럼프 사무실까지 안내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녀는 언론의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CNN은 트럼프 팀에서 언론 노출 빈도 1위로 그녀를 꼽았다. 세간의 관심이 그녀에게 쏠리자 CNN은 그녀를 인터뷰하기도 했다.
릭 페리 에너지부장관과 웨스터하우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웨스터하우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19일에 백악관 보좌진 17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이때 웨스터하우트는 ‘행정 보좌관’이라는 타이틀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워싱턴 포스트(WP) 는 9일(현지시간) 그녀의 발탁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여성관을 엿볼 수 있다고 보도했다.
 
WP의 대나 밀방크 기자는 “트럼프가 여직원에게 늘 여자답게 옷을 입으라는 얘기를 해왔다”면서 “그런 트럼프가 26세 헬스 트레이너 출신의 트럼프타워 ‘안내원’을 백악관 행정보좌관으로 선임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패션 모델로 슬로베니아 출신의 멜라니아를 세 번째 부인으로 맞았고, 체코의 패션모델이었던 첫부인 이바나에게서 태어난 장녀로 역시 패션 모델로 활동했던 큰 딸 이방카를 자식 중에서 제일 예뻐한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