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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나쁜 대통령.”
“헌재 결정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체제 부정.”
박근혜 전 대통령이 남긴 말이 고스란히 부메랑으로 되돌아왔다. 박 전 대통령이 삼성동 사저로 돌아가면서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에 사실상 불복 의사를 밝힌 뒤인 13일, 야권은 박 전 대통령이 했던 말을 그대로 인용하며 박 전 대통령 압박에 나섰다.
먼저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 전날 자유한국당 의원인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이 대독한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를 조금 비틀었다. 우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전 대통령) 말씀대로 진실을 밝히자”며 “검찰 수사를 서두르고 재판도 서둘러서 진실을 빨리 밝히자. 언젠가가 아니라 빨리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전 대통령의 원래 메시지는 이랬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퇴거한 12일 오후 서울 삼성동 사저 입구에 도착해 지지자들에게 밝게 인사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
같은 자리에서 민주당 김영주 최고위원은 “참 나쁜 대통령”이라는 표현을 썼다. 박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를 지내던 2007년 1월, 4년 중임제 개헌을 제안한 노무현 당시 대통령을 비판하며 했던 말이다. 그는 당시 “국민이 불행하다. 대통령 눈에는 선거밖에 안 보이느냐”면서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퇴거한 12일 오후 서울 삼성동 사저 입구에서 ‘친박’ 단체 회원들이 현수막을 흔들며 박 전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다. 하상윤 기자 |
2004년 헌재가 참여정부의 신행정수도특별법에 위헌 결정을 했을 때 박 전 대통령이 했던 말도 스스로의 발목을 잡았다. 노 전 대통령은 당시 국무회의에서 “앞으로 국회의 입법권이 헌법재판소에 의해 무력화되는 일이 반복된다면 헌정질서의 혼란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는데, 한나라당 대표였던 그는 10월27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곧 헌법을 존중하지 않는 것으로 이것은 헌법에 대한 도전이자, 체제에 대한 부정”, “대통령이 이런 식으로 헌법에 대해 도발하고 체제를 부정한다면 나라는 근본부터 흔들리고 말 것”이라며 노 전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당직자들이 2004년 5월 14일 국회 대표실에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내용을 TV를 통해 지켜보고 있다. 연합 |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