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전문가는 동북아의 핵심 이슈로 부상한 사드 문제와 관련해 한·미동맹 차원에서 결정된 사안인 만큼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여 외부 압박을 견뎌내는 국민적 지혜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최진욱 통일연구원장은 “우리는 현재 풍랑 위에 떠 있는 조각배라고 할 정도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이 위기는 한·미동맹을 중심에 두고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난리가 난 것은 중국 내부의 문제도 있으나 우리 내부가 흔들리고 있는 탓”이라며 “(우리를 압박해) 한·미동맹과 한·미·일 안보협력이 강화돼 자기네에게 손해라고 판단하면 중국이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할 수 있고, 그 반대이면 우리가 중국에 더 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사드 배치를 대선 전에 완료해 새로운 정부가 고민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김희상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전 청와대 국방비서관)은 “중국의 사드 보복은 정상적인 국가관계에서 비합리적인 폭거라는 차원에서 의연하게 대처해 나가야 한다”고 차질 없는 사드 배치를 강조했다.
외부 도전에 대해 냉정하고 장기적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태규 한국외교협회장(전 주 태국대사·외교안보연구원장)은 “국민 여론은 감성적 측면이 있으나 외교안보는 차분하고 길게 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며 “중국의 보복에 당황해서 우왕좌왕하지 말고, 평화의 소녀상 문제에도 의연하게 대처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대선 과정을 통해 다수의 지지로 국가목표와 국가이익, 국가정책이 형성되면 그에 따라 새로운 정부가 원칙을 만들어 낼 것이고 이를 갖고 미국과 중국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남아와 중동의 작은 거인인 싱가포르나 이스라엘에서 배워야 한다는 지적도 새겨볼 만하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싱가포르도 교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지만 중국의 인권 문제 등에는 단호하게 대응한다”며 “이스라엘처럼 국가안보문제에 대해서는 당파를 초월해 일치단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향후 우리의 외교안보적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남북관계 개선과 외교의 균형점 확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장희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는 “분단 국가로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남북관계의 정상화와 균형 외교로서 자주적 외교 능력을 견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서·김예진·박수찬 기자 spice7@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