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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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톡톡 플러스] 노량진·신림 월세, 강남보다 높은 까닭은?

"집값, 특히 월세는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의해 형성된다. 공시생(공무원시험 준비생)의 수요는 많은데, 주택 공급이 적으면 당연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이 자체가 무슨 문제가 되나? 그럼 공시생을 위해 억지로 서울 노량진 일대의 집값을 끌어내리기라도 해야 하나?"(20대 취업준비생 A씨)

"집 근처 도서관에 가 온라인 동영상 강의를 들으며 공부하는 게 가장 저렴할 것 같다. 집에서 밥을 먹으니 식대를 아낄 수 있고, 또 도서관은 무료니 월세도 안 든다. 다만 이러려면 의지가 강해야 한다. 대체로 독한 이들이 공부도 잘한다."(30대 직장인 B씨)

"요샌 공부도 돈이 있어야 할 수 있다. 학원과 고시원, 각종 수험정보 등 결국 다 돈이다. 당장 막노동하면서 입에 겨우 풀칠하며 사는 이들이 무슨 돈과 시간으로 공부를 할 수 있을까? 이제 개천에서 용 나긴 어려운 세상이다."(40대 자영업자 C씨)

최근 서울 노량진에 고시원과 연계된 월세 100만원이 넘는 기숙학원이 등장한 가운데, 한 수험생이 기숙학원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서울 노량진 일대의 월세가 강남보다 더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 이곳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족'(공무원 시험 준비족)이 힘겨워하고 있다.

노량진이 속한 행정구역인 동작구 일대에는 학원이 많지만, 주거 공급이 제한적이어서 월세가 '고공비행'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지난해 8월 시작한 '월세계약조사' 자료 4540건을 분석한 결과 동작·관악구의 3.3㎡당 평균 월세액이 9만3000원으로 종로·중·용산구의 12만2000원에 이어 두번째로 비쌌다고 밝혔다.

서울 시내 전체 지역의 3.3㎡당 평균 월세는 7만5000원이었다.

◆동작·관악 지역 월세, 서울에서 2번째로 높아

동작·관악의 3.3㎡당 9만3000원은 '서울 노른자위'인 강남·서초의 8만9000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마포·서대문은 3.3㎡당 7만9000원, 성동·광진은 7만7000원, 영등포는 5만8000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월세가 가장 저렴한 곳은 성북·동대문으로 3.3㎡당 4만8000원이었다. 이는 동작·관악의 절반에 가까운 수준이다.

이런 추세는 20∼39세 청년층의 월세 계약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번 조사에서 청년층 월세 계약을 분석한 결과 3.3㎡당 가장 비싼 자치구는 노량진이 속한 동작구로 무려 13만원에 달했다.

이어 용산구 9만9000원, 마포구 9만2000원, 관악구 9만원, 성동구 8만9000원 등의 순이었다.

◆학원·대학 등 교육시설 몰린 곳, 월세 비싸도 계약 이루어져

서울시 측은 동작구는 학원 이용이 편리해 주거 수요는 많지만, 주택 공급이 제한적이어서 가격이 높게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달리 말해 주요 학원이나 대학 등 교육시설이 몰려 있는 지역은 월세가 비싸도 계약하는 이들이 많아 그만큼 대기수요가 풍부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서울 노량진 학원가 앞에서 원생들이 간식을 사먹고 있다.
실제 조사 대상 전체 청년층의 3.3㎡당 평균 월세는 7만9000원으로 나타나, 40세 이상 장년층의 7만원보다 오히려 14%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유형별로 3.3㎡당 월세를 살펴보면 상가와 준주택(고시원, 노인복지주택, 오피스텔)이 10만9000원으로 가장 비쌌다. 이어 연립·다세대주택 7만1000원, 아파트 7만원, 단독·다가구주택 6만2000원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월세계약조사'는 월세 세입자가 동 주민센터에 전입신고를 할 때 조사 스티커에 자율적으로 적어 집계한 결과로, 월세계약 실태를 알 수 있는 전국 유일의 자료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