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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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다시 시작이다] 제왕적 대통령제 청산… 국민 열망 담은 ‘새 헌법’ 만들자

정치분야-〈하〉 각 분야 개혁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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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국정농단으로 파면된 것을 계기로 ‘제왕적 대통령제’ 청산을 위해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가 커지고 있다. 5월 초로 예상되는 조기 대선 전에 권력분점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는 정치권의 주장도 나오지만, 국회 내 논의는 각 정당과 대선주자 간 입장이 엇갈리면서 지지부진하다. 전문가들은 제대로 된 헌법을 만들기 위해 일정에 상관없이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는 14일부터 이틀간 소위원회·자문위원회 연석회의를 열어 쟁점별 논의를 벌인다. 권력구조 등 쟁점을 둘러싼 의견차가 상당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대선 전 개헌안을 합의, 통과시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의 권한을 줄이자는 쪽에는 정당들 간 공감대가 대략 형성됐지만, ‘4년 대통령 중임제‘와 ‘6년 단임제’ 중 어느 것을 선택할지를 놓고는 정당별로 생각이 다르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4년 중임제에, 국민의당과 더불어민주당 내 개헌파들은 6년 단임제에 우호적이다. 민주당 내 다수파인 친문(친문재인)계열 의원들은 아예 개헌에 소극적이다. 


역대 대통령을 바라보는 시민 14일 오후 세종시 대통령기록관을 방문한 시민이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들의 대선후보 시절 선거공보물을 관람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무리한 ‘대선 전 개헌’보다는 깊이 있는 토론을 거쳐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처음부터 개헌논의를 차근 차근 했어야 했는데 지금은 마치 개헌이 ‘반문재인 연합전선’의 연결고리로 쓰이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면 개헌을 해도 안 하느니 못한 처지가 된다”며 “개헌은 필요하다고 보지만 졸속으로 밀어붙이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도 “개헌특위를 활성화해 내년 지방선거 일정에 맞춰 개헌안을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승함 전 연세대 교수는 “헌법을 바꾸면 20∼30년동안 그 체제로 가야 한다”며 “국민이 직접 뽑은 대통령과 국회가 견제와 균형을 잘 이룰 수 있도록 분권화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장희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견제하기 위해 국민소환제 등 직접 민주주의 요소를 강화하고 비례선거제도를 전면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창호 헌법재판관이 지난 10일 탄핵심판 선고 당시 내놓은 보충의견을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안 재판관은 “현행 헌법의 대통령은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신조어를 만들고 워터게이트 사건이 문제 된 미국 대통령보다 집중된 권력구조”라며 “이원집정부제·의원내각제 또는 책임총리제의 실질화 등이 국민 선택에 따라 현행 대통령제의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제도 개선에 그칠 게 아니라 관행,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잖았다. 이정희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정치권의 여러 특권 등 관행부터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한태규 한국외교협회장은 “지나치게 제도 탓으로 흐르면 운영의 문제가 묻혀버린다”면서 “제도보다는 합리적 운영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