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파면은 한국 경제의 고질적인 정경유착의 민낯을 또다시 드러냈다. 박영수 특검은 지난 6일 수사 최종결과를 발표하면서 “수사의 핵심 대상은 국가권력이 사적 이익을 위해 남용된 국정농단과 우리 사회의 고질적 부패고리인 정경유착”이라고 밝혔다. 정경유착의 근절 없이 한국 경제의 한 단계 도약은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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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대통령을 바라보는 시민 14일 오후 세종시 대통령기록관을 방문한 시민이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들의 대선후보 시절 선거공보물을 관람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
전문가들도 정경유착 근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상겸 동국대 법대 교수는 “이번 탄핵 결정의 핵심은 정경유착의 폐습을 끊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동안 기업은 정부에, 권력에 돈을 주면서 이권을 챙겼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부패의 고리를 끊고 새롭게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장희 한국외대 교수도 “권력과 재벌의 유착으로 국민의 세금과 중소기업의 부를 전횡하는 적폐는 중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집계를 보면 30대 재벌의 자산총액이 국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15년 기준 90.4%에 달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에서 재벌의 불투명한 기업지배 관행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지난 대선에서도 경제민주화 이야기가 나왔지만 잘 이뤄지지 않았고 오히려 사회경제적인 불평등이 심화됐다”면서 “국가를 개조해나가는 과정에서 경제 민주화를 실현하는 게 제일 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가권력의 과도한 시장 압박 행태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이재웅 성균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정부가 기업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고 전제한 뒤 “필요없는 과도한 규제들은 하나씩 혁파를 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고 경제인들이 자신의 경제생활을 잘 영위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한다”고 주문했다. 설문에 응한 많은 전문가들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저출산 고령화를 완화시키고 신성장동력으로 떠오른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 과감한 규제 혁파와 노동개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반기업 정서를 없애고 다른 나라에 없는 규제나 정치권의 경제에 대한 무리한 압박이나 지배를 없애 한국이 투자하기 좋은 나라,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국내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떨어져서 국내에 투자할 기업들이 해외로 나가고,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약해지면서 경제 침체를 야기하고 있다”면서 “우리 경제의 글로벌 경쟁력을 갉아먹는 노동 문제의 개혁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세종=이천종 기자 sk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