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나라를 바로 일으켜 세우겠다”며 ‘재조산하(再造山河)’를 대선 슬로건으로 내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경선후보가 보수진영 대표적 경제학자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을 신설 ‘새로운 대한민국 위원회(이하 새대위)’ 위원장으로 영입했다. 재벌개혁 ‘전도사’ 김상조 경제개혁연대소장과 중도진보 사회학자 김호기 연세대 교수도 새대위 부위원장으로서 ‘더문캠’에 합류한다.
문 후보는 15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세 분을 함께 영입한 것은 보수와 진보의 차이를 넘어 원칙 있는 국민통합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실천하기 위한 것”이라고 이같은 조직 신설 및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이들과 인연에 대해선 “지난해 하반기부터 종종 모여서 경제공부를 함께 했고, 또 새로운 국민통합을 논의해 왔다”며 “오랜 토론 과정을 통해서 ‘힘을 모으면 새로운 길을 만들 수 있다’는 큰 공감을 만들어 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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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예비 후보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진행된 더문캠의 인재영입 인사 발표에서 영입인사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호기 교수, 문 후보, 김광두 교수, 김상조 소장. |
‘박근혜의 경제교사’로 지난 대선때 활약했던 김 위원장 더문캠 합류는 여러모로 상징적이다. 서강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모교에서 교편을 잡았던 김 위원장은 시장주의를 대표하는 경제학자로서 70∼80년대 우리나라 경제 고속성장을 주도한 ‘서강학파’ 3세대다. 1세대는 남덕우 전 총리, 이승윤·김만제 전 부총리이며 민주당을 탈당한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는 2세대에 속한다. 정책수립에 적극 개입하는 서강학파 출신답게 현실정치에 적극 참여해 왔는데 특히 지난 대선때에는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 힘찬경제추진단장을 맡아 경제분야 공약 설계를 진두지휘했다. 또 2007년 대선 경선때에도 박 후보 핵심 공약이었던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운다)’를 설계했다. 이 때문에 경제부총리 하마평에도 여러차례 오르곤 했으나 지금까진 관직에 나서지 않았다. 대신 2011년부터 싱크탱크 국가미래연구원을 설립해 이끌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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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 |
이 같은 이력의 김 위원장 더문캠 합류는 문 후보 진영 스펙트럼을 대폭 확장하게 된다. 문 후보에 대한 신뢰감과 안정감 제고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35%박스권’에 갖혀 있는 지지율을 끌어올릴 여지도 있다. 또 자칫 일어날 수 있는 ‘우클릭’ 시비는 김상조·김호기 부위원장 동시 영입으로 균형잡았다. 문 후보는 “김 위원장은 저와 다른 길을 걸어 온 분이다. 하지만 만나서 대화하며 지켜야할 가치가 하나임을 확인했다”며 ‘진영을 넘어 원칙있는 통합’을 강조했다. “자유한국당과도 협력해야 한다”는 안희정 후보의 ‘대연정’론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호기 교수는 “중단없는 개혁과 원칙있는 통합은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가는 가장 중요한 방법론”이라며 “원칙있는 통합은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의 협력을 통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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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경제개혁연대소장. |
한시간 남짓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진보·보수진영을 각각 대표하는 두 경제학자는 재벌개혁에 대한 구체적 비전을 함께 풀어냈다. 김상조 부위원장은 “재벌개혁 과제는 크게 재벌 경제력 집중 억제와 총수일가의 전근대적 지배구조 개선”이라며 “굉장히 중요한 방안으로써 상법 개정이 논의중인데 두 개 과제를 각각 합리적 기준에 의해 규율체계를 마련하고 그것을 종합하자는게 우리 의견이고 문 후보가 이를 전적으로 수용해줬다”고 설명했다. 또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 ‘트레이드 마크’인 경제민주화에 대해서도 김광두 위원장은 “경제여건과 시대상황의 변화에 따라서 진화해야한다”며 4차 산업혁명 상황에선 좀 더 융합을 촉진해야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문 후보도 “김 전 대표는 경제민주화가 아닌 정치적 목적으로 우리당을 떠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못을 박았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