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진안에서 시작된 섬진강은 경남 하동과 전남 구례, 광양 사이를 거쳐 남해로 흘러간다. 전라도와 경상도를 나누는 섬진강은 양편에 공평하게 생명의 힘을 불어넣어 준다.
어디를 가도 섬진강의 봄을 만끽할 수 있지만, 봄볕을 더 많이 받는 섬진강 동편 하동으로 방향을 잡았다. 섬진강 서편은 동편보다 그늘이 먼저 진다.
하동으로 목적지를 잡았지만 서울에서 출발하면 구례를 지나치지 않고서는 하동 땅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다.
경남 하동 하동공원에 오르면 매화와 어울린 섬진강 풍광을 담을 수 있다. 홍매화는 슬며시 지고 있다. 흰 매화가 만발해 공원은 하얗게 눈이 온 듯 덮여 있다. 매화 사이사이로 파란 하늘과 섬진강의 푸른 물결이 비치며 수채화 같은 풍경을 그리고 있다. |
이맘때 섬진강이 주관하는 봄의 향연은 순천완주고속도로 구례화엄사나들목을 빠져나와 19번 국도를 만나면서부터 펼쳐진다. 이 길을 따라가다 보면 오른편에 나란히 흐르는 강줄기가 나타난다. 섬진강이다.
굽이치며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과 나란히 달리다 보면 머리 위로 나무들이 우거져 있는 도로에 들어선다. 벚나무다. 아직은 이르다. 이달 말이면 벚꽃이 서서히 피기 시작해 4월 초면 만개할 것이다.
봄의 길목에 선 이맘때 섬진강을 대표하는 꽃은 매화다. |
거기에 초록 잎으로 뒤덮인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다. 작은 키의 차나무다. 초록의 싱싱한 잎들을 찌거나 말려 따뜻한 물에 우려내면 쌉싸래한 풍미를 느낄 수 있다. 녹차다.
속도를 줄여 섬진강 풍광을 보며 천천히 가고 싶지만, 뒤에 오는 차가 걸린다면 군데군데 ‘전망 좋은 곳’이란 표지판이 있는 곳에 차를 세우자. 급할 것 없다. 봄은 짧다. 봄 내음과 따스함을 마음껏 느낄 수 있는 기간은 길지 않다.
봄을 만끽하며 하동에 이르면 목적지를 하동공원으로 잡자. 어느 언덕배기를 올라도 좋지만, 매화와 어울린 섬진강 풍광을 담기엔 하동공원이 제격이다. 홍매화는 슬며시 지고 있다. 대신 흰 매화가 만발해 공원은 하얗게 눈이 온 듯 덮여 있다. 매화 사이사이로 파란 하늘과 섬진강의 푸른 물결이 비치며 수채화 같은 풍경을 그리고 있다. 여기에 바람에 섞여 오는 매화향은 덤이다.
섬진강 벚굴의 크기는 상상 이상이다. 웬만한 성인 손바닥보다도 크다. 3∼4월이 제철로 섬진강 하류, 바닷물과 민물이 교차하는 곳에서 산다. |
하동에선 커피 한 잔보다 찻집에서 차를 마시는 것을 추천한다. 재첩과 벚굴로 비릿함이 감돌던 입안에 봄 내음이 핑그르르 맴돈다. |
하동=글·사진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