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사설] 최악 고용한파에 뜬구름 공약 남발하는 대선주자들

최악의 고용 빙하기가 도래했다. 통계청이 어제 발표한 ‘2월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실업자 수는 135만명으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8월 이후 최대치다. 4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실업률은 5.0%로 2010년 1월 이후 최고치다. 청년실업률은 12.3%로 지난해 2월(12.5%)에 이어 사상 두 번째로 높다. 고용의 질도 문제다. 우리 경제의 기반인 제조업 취업자는 8개월째 감소세이고 자영업자는 7개월째 증가세다. 양질의 일자리가 급속히 줄고 있음을 뜻한다.

당면한 실업대란은 경기 불황과 구조조정에 따른 기업 채용 축소, 탄핵 정국으로 인한 정부 정책 추진력 저하 등이 맞물려 발생했다. 소비 침체에 중국의 사드 보복,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금리 인상 등을 감안하면 고용 한파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에 역량을 집중한다지만 믿음이 가지 않는다. 그동안 천문학적인 예산을 퍼붓고도 뚜렷한 실적을 거두지 못한 탓이다. 기획재정부는 “재정 조기 집행, 소비·투자 활성화 대책으로 대응하겠다”며 기존 정책을 되뇌는 실정이다. 대선 때까지 시간만 때우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경제팀부터 분발해야 한다.

정작 정신을 차려야 할 곳은 정치권이다.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비현실적인 일자리 공약을 쏟아내는 대선주자들이 수두룩하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엊그제 ‘일자리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일자리 대통령’을 자임했다. 공공부문 81만개, 민간부문 50만개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했다. 행여 뒤질세라 국민의당 대선주자인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도 일자리 100만개 창출을 약속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없다. 뜬구름 잡는 식의 허황된 공약이 아닐 수 없다.

이런 판국에 국회는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는 노동개혁법안 등 경제 활성화법에는 눈을 감은 채 기업 투자의 발목을 잡는 상법 개정안 처리를 밀어붙이고 있다. 이러니 일자리가 늘어날 턱이 있겠는가. 새 정부 출범 때까지 두 달도 채 안 남았다. 대선주자들이 일자리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곧바로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구체적이고 정교한 일자리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때다. 일자리 창출이 소비 증가와 내수 활성화, 기업 채용 확대로 이어지는 ‘일자리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데 총력을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