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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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내 히잡 착용 금지 차별 아니다”

유럽사법재판소 판결… 논란 확산 / 프랑스 대선 주자 피용 “크게 환영”… 시민단체 “이슬람 차별 면허” 반발
유럽연합(EU) 최고 법원이 직장에서 히잡(이슬람 여성의 스카프) 착용을 금지한 것은 차별이 아니라고 판결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유럽사법재판소(ECJ)는 14일(현지시간) 고용주가 특정 환경에 한해 종교적 상징물로 인식될 수 있는 스카프 착용을 일터에서 금지시킬 수 있다고 판결했다.

ECJ는 “공공과 민간을 가리지 않고 고용주가 중립적 이미지를 고객에게 내비치기를 원하는 것은 적법하다”며 “근로자들이 고객들과 접촉하는 곳에서는 특히 그렇다”고 밝혔다. ECJ는 특히 “EU는 종교적 차별을 금지하지만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내린 결정은 특정 종교에 대한 차별로 볼 수 없다”며 “복장 규정은 모든 근로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돼야 하고 소비자 등 특정인 요청에 의해 (히잡 착용 등을) 금지하는 것은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은 벨기에 보안업체 G4S에서 일하던 무슬림 여성 사미라 아크비타가 업주 반대에도 히잡을 쓰다 해고된 뒤 제기한 소송의 결과다. 그는 2006년 4월 근무 시간에 히잡을 착용하겠다고 회사에 알렸고, G4S는 ‘고객과 접촉할 때 중립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원칙을 들어 이를 불허했다. 히잡을 계속 쓰다 2개월 뒤 해고된 아크비타는 해고 무효소송을 냈고, 벨기에 법원은 ECJ에 EU 법률 해석을 문의했다.

반(反)이슬람 정서에 동조하는 우파 정당들은 10여년 만에 나온 이번 판결을 환영했다. 프랑스 우파 공화당 대선주자인 프랑수아 피용은 “크게 안심된다”며 “종교적 이익을 추구하는 데 제동을 걸고 사회의 세속적 본질을 수호하는 판결”이라고 반겼다.

반면 종교 및 시민단체들은 기업에 ‘이슬람 차별 면허’를 준 것과 같다고 반발하고 있다. 유럽랍비회의의 최고 랍비인 핀차드 골드슈미트는 “유럽이 신앙공동체를 더 이상 환영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지적했다. 국제앰네스티(AI)는 “종교적 신념을 근거로 근로자를 차별할 재량권을 고용주에게 줬다”고 비판했다.

이번 판결로 무슬림 여성들에 대한 복장 규제는 유럽 전역으로 확대될 공산이 커졌다. 이미 프랑스 등에서 무슬림 여성들의 전신 수영복인 부르키니를 금지하는 지방정부가 늘어나고 있고,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에서도 부르카와 니캅 등 무슬림 여성의 복장을 부분적으로 금지하는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