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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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플러스] '헬프맨' 민정수석… 박근혜 곁엔 없다

역대 대통령 수사 때 민정수석이 도와 / 김영한 지난해 타계… 곽상도 국회의원으로 정계 입문… 최재경 ‘거절’ 의사 밝힌 듯 / 한때 최측근 우병우, 나란히 수사 받는 처지라 박 前 대통령 도울 여력 없을 듯
‘인복(人福)이 너무 없다.’

박근혜(65) 전 대통령이 지난해 국정농단 파문에 휘말려 사실상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데 이어 국회 탄핵소추까지 당하자 너도나도 내뱉은 탄식이다. 주변에 오죽 사람이 없으면 최순실(61·구속기소)씨한테 그토록 전적으로 의존했겠느냐는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대리인단이 “최순실은 ‘키친캐비넷’(대통령과 식사를 함께하며 정책 등에 관해 허물없이 얘기를 나누는 민간인) 같은 존재일 뿐”이란 의견서를 내놓았을 때 다수 국민이 충격을 받은 까닭도 거기에 있다.

우병우
16일 검찰에 따르면 피의자로 입건된 박 전 대통령을 위해 유영하·손범규·채명성 변호사 등이 선임계를 내고 변호사로 공식 활동을 하고 있다. 검찰 안팎에선 박 전 대통령이 검사장(차관급) 이상 공직을 지낸 거물 변호사를 영입하리란 전망이 제기됐으나 아직 현실로 드러난 것은 없다.

박 전 대통령보다 먼저 검찰 수사를 받은 다른 전직 대통령들은 공통적으로 청와대의 차관급 이상 참모를 지낸 법률 전문가를 방패로 내세웠다. 노태우(85)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와 12·12 군사반란 등 혐의로 대검 중수부 수사와 법원 재판을 받은 1995∼1996년 한영석 변호사를 선임했다. 한 변호사는 법제처장으로 공직을 마감했으나 대검 중수부장(검사장)을 지낸 특수통 검사 출신이다. 노 전 대통령 시절 그 밑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일한 인연도 있다.

전두환(86) 전 대통령도 같은 기간 뇌물수수와 12·12 군사반란 등 혐의로 검찰 수사와 법원 재판을 받을 당시 이양우 변호사에 의존했다. 이 변호사는 검찰 출신은 아니지만 1980년대 국회의원과 법제처장을 지냈고 특히 전 전 대통령 밑에서 검찰 등 수사기관을 컨트롤하는 청와대 사정수석으로 활동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9년 ‘박연차 게이트’로 대검 중수부 수사를 받을 때 문재인 변호사를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현재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유력 대선 후보인 문 변호사는 노무현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으로 일했다. 사실상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임기 내내 최측근에서 보좌한 셈이다.

곽상도
고 김영한 전 수석
이런 전례에 비춰 박 전 대통령도 청와대 민정수석 등 참모 출신 중에서 중량급 변호인을 선임할 것이란 예측이 제기됐다. 일단 박근혜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인사로 곽상도, 홍경식, 김영한, 우병우, 최재경 전 수석이 있다. 곽상도 전 수석은 현재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이라 특정 형사사건 변호인을 맡긴 곤란한 처지다. 김영한 전 수석은 지난해 지병인 암으로 사망했다. 우병우 전 수석은 본인이 박 전 대통령과 나란히 검찰 수사를 받고 있어 누굴 돕기 위해 나설 처지가 못 된다.

홍경식
그 때문에 홍경식·최재경 전 수석의 ‘거취’에 이목이 쏠린다. 서울고검장을 지낸 홍 전 수석은 아직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상태다. 대검 중수부장 출신의 최 전 수석은 박 전 대통령 측으로부터 변론 의뢰를 받았지만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재경
일각에선 조대현 현 청와대 민정수석이 그만두고 변호사로 복귀해 박 전 대통령 변론을 맡을 것이란 관측을 내놨다. 그러나 조 수석을 비롯한 현 청와대 참모들의 사표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 의해 모두 반려된 상태다. 다만 헌재 탄핵심판 때에도 종반에 정기승 전 대법관, 이동흡 전 헌법재판관, 김평우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등이 대거 대리인단에 합류한 것처럼 검찰 수사가 진척되면 거물급 변호사가 박 전 대통령을 돕기 위해 나설 가능성이 커 보인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