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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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이슈] 80% 육박…이유있는 역대 최고 투표율

유권자 1290만에 투표소 9000여곳/집·풍차·역 등 어디서든 참여 가능
15일(현지시간) 실시된 네덜란드 총선 투표율이 80%에 육박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외신들은 지난 30년간 네덜란드에서 치러진 역대 선거 중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다고 앞다퉈 보도했고, 제1당을 유지한 자유민주당(VVD)은 “극단적 포퓰리즘에 대한 국민의 저항”이라고 평가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와 미 대선을 간접 경험하면서 잘못된 포퓰리즘에 염증을 느낀 국민들이 투표소로 대거 몰렸다는 것이다. 실제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동났다고 현지 언론이 소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012년 9월 총선 투표율도 75%에 달했다”며 유권자를 배려하는 네덜란드의 선거제도도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데 한몫했다고 소개했다.


풍차 투표소 네덜란드 여성 유권자가 15일(현지시간) 남부 오스터르베이크 지역의 풍차 투표소에서 투표한 뒤 나오고 있다.
오스터르베이크=AP연합뉴스
하원의원 150명을 비례대표 방식으로 선출하는 이번 총선 유권자는 1290만명가량이다.

투표소는 9000곳이 넘는다. 지난해 4월 20대 총선 때 투표율 58%를 기록한 우리나라는 투표소 1곳당 유권자가 3000명 이상이었는데, 네덜란드는 1400여명에 불과하다. 유권자 입장에서 보면 투표하려고 줄을 서는 시간이 그만큼 짧았다는 얘기다.

네덜란드 유권자는 가정집, 호텔, 기차역, 이동차량, 풍차 등 어디에서든 편하게 투표할 수 있었다고 NYT가 전했다. 이런 유연한 선거방식이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우리 20대 총선에서는 전체 투표소의 10% 정도가 2층 이상에 위치해 접근성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대부분 투표소의 운영 시간은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9시까지였지만, 북부 카스트리큄의 한 기차역 꽃집에 마련된 투표소는 자정부터 다음날 오전 1시까지 한 시간가량만 투표용지를 나눠 줬다.

기차 도착시간에 맞춰 투표소를 별도 운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 꽃집 투표소에서 한 표를 행사한 네덜란드 국민은 겨우 97명에 불과했다고 NYT는 덧붙였다.

정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