뤼터 총리 “이겼다” 네덜란드 집권 자유민주당의 마르크 뤼터 총리가 15일(현지시간) 총선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직후 헤이그 당사에서 승리를 확신하며 지지자들에게 소감을 밝히고 있다. 헤이그=EPA연합뉴스 |
16일(현지시간) 독일 DPA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네덜란드 총선 개표 결과 집권당인 자유민주당(VVD)이 33석을 차지해 제1당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VVD를 이끌고 있는 마르크 뤼터 총리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미국 대선을 지켜본 국민들이 잘못된 포퓰리즘을 거부한 결과”라고 자평했다.
반(反)유럽연합(EU)·반난민을 주창해 온 헤이르트 빌더르스 대표의 자유당(PVV)은 20석을 차지해 가까스로 제2당으로 올라섰고, 기독민주당(CDA)·민주66당(D66)은 각각 19석을 얻을 것으로 점쳐졌다.
이번 총선에서 제1당이 돼 넥시트(네덜란드의 EU 탈퇴)를 추진하겠다고 주장한 빌더르스 대표는 선거 결과에 승복하면서도 “아직 보여줄 것이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반포퓰리즘을 내건 녹색좌파당(GL)은 2012년 총선에 비해 의석 수를 크게 늘리면서 연정 구성에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정당별 득표율이 저조하다보니 3~5개 정당이 연대해야 집권에 필요한 76석을 확보할 수 있다.
‘네덜란드의 트뤼도’로 불리는 예서 클라버르 GL 대표는 선거 전부터 차기 총리설이 제기됐다.
유럽 각국은 선거 결과를 환영했다. 4∼5월 대선을 앞둔 프랑스의 장마르크 에로 외무장관은 트위터에 “극우 정당의 부상을 저지했다”고 축하했다. 9월 총선이 예정된 독일의 지그마어 가브리엘 외교장관은 “유럽의 승리”라며 “프랑스 대선에서도 극우 정당 후보가 실패할 것”이라고 점쳤다.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유럽에 대한 찬성표이자 극단주의자에 대한 반대표”라고 반겼다.
‘네덜란드의 트뤼도’ 15일(현지시간) 실시된 네덜란드 총선에서 약진한 녹색좌파당(GL)의 예서 클라버르 녹색좌파당(GL) 대표가 암스테르담에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암스테르담=AFP연합뉴스 |
이번 총선으로 넥시트에 대한 우려는 한동안 접게 됐다.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대표가 주장하는 프렉시트(프랑스의 EU 탈퇴)도 추동력을 잃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분석했다.
르펜이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FN의 상원(전체 348석)과 하원(577석) 의석이 각각 2석에 불과해 현재로서는 프렉시트를 위한 헌법 개정이 불가능하다고 FT는 지적했다. 빌더르스의 PVV가 제1당을 차지해 넥시트가 본격 추진됐다면, 프렉시트 여론도 확산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네덜란드 총선에서 최악의 상황을 우려했던 각국이 안도하고 있지만, ‘극우 포퓰리즘이 완전히 힘을 잃었다’는 분석은 많지 않다.
집권당인 VVD가 제1당을 유지했지만 의석 수가 꽤 줄고, VVD와 연정을 구성했던 노동당(PvdA)은 의석 대부분을 잃은 탓이다. 빌더르스 효과가 반감되긴 했지만 PVV의 인기는 여전히 상승세다. 현지 언론은 기성 정치권에 대한 심판이 최근 몇 차례 선거에서 되풀이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네덜란드 총선 표결 방식이 미국 대선이나 브렉시트 국민투표와 다르다”며 오히려 프랑스 대선이 극우 포퓰리즘 위세를 가늠할 ‘리트머스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마벨 베레진 미 코넬대 사회학과 교수도 빌더르스 대표의 패배를 유럽 포퓰리즘의 쇠퇴로 해석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뤼터 총리는 네덜란드 총선이 극우 포퓰리즘에 대한 민심 향배를 보여주는 ‘준준결승전’이라면 프랑스 대선은 ‘준결승전’, 독일 총선은 ‘결승전’이라고 비유했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