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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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메모] 朴 사저 시위 극성… 등 돌리는 ‘동네 친박’

“욕하고 난동 피우는 사람들 탓에 그나마 남아 있던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연민마저 사라지겠네.”

서울 삼성동의 한 주민은 16일 ‘지긋지긋하다’는 표정으로 투덜거렸다. 그는 평온하던 동네가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 삼성동 자택으로 돌아온 지난 12일 이후 아수라장이 됐다고 성토했다.

지난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인근 도로에서 어린이들이 집회중인 ‘친박’ 단체 회원들 앞을 지나고 있다. 자료사진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동네에 진을 치고 집회를 하는 통에 시끄럽고 불안해서 못살겠다는 것이다. 다른 주민들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박 전 대통령 자택 주변에서 벌어진 일을 지켜보니 그런 마음이 안 드는 게 이상할 정도다. 욕설을 퍼붓고 폭력을 휘두르는 데 거리낌이 없거나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주민들은 이구동성으로 “이게 무슨 동네 망신이냐”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특히 초등학생 등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매일같이 노심초사다. 지지자 중 일부가 지나가던 아이들을 상대로 “대통령이 불쌍하다”고 하거나 “기자들은 총으로 쏴도 괜찮다”는 등의 억지와 막말을 늘어놓는 장면들이 눈에 띄면서다.

이창훈 사회부 기자
지난 대선에서 박 전 대통령을 뽑았다는 한 주민은 급기야 “(투표했던) 내 손가락을 잘라 버리고 싶은 심정”이라고 일갈했다. 약 4년 전 청와대로 향하는 대통령을 배웅하러 나온 주민들이 환한 얼굴로 뜨거운 격려를 보냈던 동네라고 믿기지 않는 풍경이다. 이들이야말로 누구보다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염원했던 ‘원조 친박’ 지지자였을 텐데 싸늘하게 돌아선 모양새다.

결국 주민들은 한 달가량 잡혀 있는 집회신고에 대해 금지를 요청했다. 경찰도 이날 자유통일유권자본부라는 단체가 신고한 집회를 금지했고 박근혜지킴이결사대가 이미 신고한 집회도 제한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탄핵당한 대통령을 위로하고 응원하겠다며 집 주변을 지키는 것은 지지자들의 자유다. 그러나 이런 방식이어선 곤란하다. 최소한 자신들의 대통령이 계속 거주할 동네의 민심마저 완전히 돌아서지 않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이창훈 사회부 기자coraz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