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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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이자율 20%로 낮추겠다"…대부업계 반발

저신용자들 대출 막히는 셈…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릴 가능성

적정 수준 법정 최고이자율 책정 위한 면밀한 현장 조사 필요

사진=연합뉴스
주요 대선 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법정 최고이자율 상한을 20%로 낮추는 내용의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한 것과 관련, 대부업계가 저신용자들에 대한 대출 문턱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자제한법상 이자제한 상한(25%)과 대부업 상한(25%)을 모두 20%로 인하하겠다는 것으로, 공약대로 가계부채 비율을 대폭 낮출 경우 신규대출이 사실상 중단되는 것은 물론 기존 대출시장도 상당한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6일 문재인 전 대표는 서울신용보증재단에서 더문캠 비상경제대책단이 주최한 '제2차 경제현안점검회의'에 참석해 법정 최고금리를 20%까지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부업계는 법정 최고이자율이 20%까지 떨어지면 대출 문턱이 높아져 대출탈락자들이 불법사금융으로 흘러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재선 한국대부금융협회 사무국장은 "법정 최고 이자율이 내려가면 저신용자들의 연체를 피하기 위해 대부업체는 대출심사를 깐깐하게 할수 밖에 없다"며 "신용대출 영업을 중단해야 할 정도의 적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자율이 20%까지 떨어지면 신용등급 7등급까지 대출이 불가능해 질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3월 법정 최고이자율이 낮아진 뒤 불법사금융 이용자는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대부금융협회가 지난해 한국갤럽에 의뢰해 502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1.07%가 불법사금융을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2015년 조사 결과(0.82%)보다 0.25%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대부업계는 이자율이 떨어지면 대출 단가가 올라가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낮아진 금리 만큼 고객을 선별해 대출을 실행하게 되면 신규대출이 축소될 수밖에 없고, 대부업체들이 자산건정성을 높이기 위해 대출이 가능한 고객을 대상으로 채무를 과도하게 늘릴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이자율이 20%로 떨어지면 대부업 이용 고객 수는 줄어든 반면 대출액은 늘어나는 기형적인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며 "대출이 가능한 고객들을 상대로 대출이 늘어나면 소득증가가 없다고 가정했을 때 그만큼 리스크가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저신용자가 대출에서 대거 탈락할 경우 중신용자 대출이 늘어난다는 통계도 나왔다. 2014년 말 78.4%였던 7~10등급 저신용자 비중은 2015년 말 77.9%, 지난해 6월 말 76.7%로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신용등급 4~6등급의 중신용자의 비중이 같은 기간 21.6%→22.1%→22.3%로 늘어난 것과는 대조적이다.

대부업계는 시장이 감내할 수 있는 적정 수준의 법정 최고이자율 책정을 위해 면밀한 현장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사무국장은 "법정 최고금리를 무작정 인하하는 것은 긴급자금이 필요한 서민들의 금융접근성을 훼손하고 제도권 밖으로 밀어내는 것"이라며 "아직 법정 최고금리를 27.9%로 내린지 1년밖에 되지 않아 제대로 된 지표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소수의 금리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금리인하를 강행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사무국장은 이어 "대출원가와 마진을 더한 적정 수준의 금리를 제시하기 위해 꼼꼼한 시장 조사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정화 기자 jhlee@segye.com

<세계파이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