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담하다. 우리 국민의 십중팔구는 정치인들을 믿지 않는다고 한다. 보건사회연구원과 서울대사회발전연구소가 지난해 전국 성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정치인들은 나라 걱정을 하기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한다’는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한 사람이 87.3%에 달했다. ‘그렇지 않다’는 응답자는 고작 5.3%에 그쳤다. ‘정치인들이 하는 말을 믿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73.4%나 됐다. 이번 조사 결과는 심각한 정치 불신의 현주소를 웅변한다. 국민들에게 “정치가 탄핵당했다”는 소리가 나올 만하다.
정치 불신의 현상은 어제 나온 직업군별 조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해 전국 성인들을 상대로 교육자, 정치인 등 7개 직업군의 신뢰도를 조사했더니 정치인은 5점 만점에 1.89점이었다. 1위 교육자의 3.06점에 한참 못 미쳤다. 순위는 7위로 만년 꼴찌였다.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어제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삼류 정치가 국가경쟁력을 갉아먹는 주범이 된 지 이미 오래다. 지난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조사에서 한국의 ‘정치적 불안정 리스크’는 50위에 머물렀다. 전년 43위보다 7단계나 뒷걸음질한 것이다. ‘정치인에 대한 공공의 신뢰’는 96위로 최악이었다.
한국 정치가 불신 차원을 넘어 혐오로 번진 데에는 정치인들의 책임이 무엇보다 크다. 정치인들은 우선 식언을 밥 먹듯 한다. 대중의 인기에 영합해 발언을 쏟아냈다가 나중에 문제가 되면 오리발을 내밀거나 슬쩍 말을 바꾼다. 선거철마다 허황된 공약을 늘어놓고 표심을 유혹하는 정치인도 부지기수다. 유권자를 상대로 호객행위를 한다는 비난이 나오는 지경이다.
정치의 중요한 기능은 사회 각 분야에서 분출하는 다양한 목소리를 제도권으로 흡수해 갈등을 푸는 일이다. 그 전제조건은 두말할 것도 없이 신뢰다. 국민이 믿지 않으면 자신의 의견과 요구사항을 정치인에게 의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찍이 공자가 국가 존립의 가장 기본적인 요건으로 신뢰를 꼽은 것은 이런 까닭이다. 이러한 마당에 정치인들이 자신의 사익을 위해 행동하고, 국민 대다수가 그런 정치인들을 불신한다면 나라의 장래는 어떻게 되겠는가.
19대 대통령선거를 50여일 앞두고 국가를 책임지겠다며 선거판에 뛰어든 정치인이 20명이 넘는다. 이들 중에는 대의보다 사리사욕을 앞세우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는 “치열한 준비와 고민 없이 나서는 것은 역사와 국민에 죄악”이라고 일갈했다. 대선주자들은 입으로 나라를 들먹이기 전에 자신의 자질과 역량부터 돌아볼 일이다.
[사설] 정치권, “나라보다 자기이익 위한다” 지적 듣고 있나
기사입력 2017-03-17 00:05:00
기사수정 2017-06-05 16:48:06
기사수정 2017-06-05 16:48:06
“정치인 말 믿으면 바보” 취급
정치 불신 넘어 혐오로 확산
대선주자, 스스로 역량 돌아봐야
정치 불신 넘어 혐오로 확산
대선주자, 스스로 역량 돌아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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