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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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의 뜨락] 꽃샘추위

송종찬

겨울도 아닌 것이 봄도 아닌 것이
그대를 사랑하여 아프다
가는 눈발의 춤사위 따라가다 보면
솜이불 밖으로 빠져나온 발끝
올듯 말듯 올듯 말듯
눈발에 길이 막혀버렸는가
기다리지만 그대는 쉬 오지 않는다
얼어붙은 우물가 꽉 막힌 펌프에
떨리는 두 손을 대면 금방이라도
속울음이 솟구칠 것 같은
그대를 사랑하여 겨우내 눈 내리고
눈에 갇혀 오시지 못하는가
인간도 아닌 것이 짐승도 아닌 것이
그대를 사랑하여

-신작시집 ‘첫눈은 혁명처럼’(문예중앙)에서

◆ 송종찬 시인 약력

△1993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 ‘그리운 막차’ ‘손끝으로 달을 만지다’, 러시아어 시집 ‘시베리아를 건너는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