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본좌’로 유명세를 탄 허경영씨는 15·17대 대선에서 “대통령이 되면 계엄령을 선포, 정치인들을 모두 쓸어버리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장씨와 달리 두 번 다 완주했다. 그의 주장에 공감한 유권자는 적어도 3만9000명이 넘었다. 첫째 도전에서 0.15%(3만9055표)를, 두번째 도전에선 3배 가까운 0.4%( 9만6756표) 지지를 얻었다. 지지자들에겐 아쉽겠지만 19대 대선에선 보지 못한다. 2009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피선거권을 10년간 박탈당했다.
장세동과 허경영은 대선 시즌이 되면 메뚜기가 제 철 만난 것처럼 나타난다. 공짜도 아니다. 공직선거법상 선관위에 3억원의 기탁금을 내야 한다. 10∼15% 이상을 득표해야 돌려받는다. “염불에는 관심 없고 잿밥만 노리는 것 아니냐” “그 많은 돈은 어디서 생긴 거야”라는 주변의 말초적 관심의 대상이 된다. 그런데도 도전자는 끊기지 않는다. 이번엔 남재준 전 국정원장이 그 반열에 스스로 올랐다. 그는 박근혜정부의 초대 국정원장답게 “종북좌파를 척결하고 대한민국의 존립을 지켜내겠다”고 선언했다.
지지도가 10%는 넘나들어야 잠룡(潛龍) 소릴 들을 것이고 최소한 2∼3%는 나와야 잡룡(雜龍)의 대열에 들어설 것이다. 대부분의 군소후보는 지룡(地龍)의 처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경험칙상 지룡은 하늘이 두 쪽 나도 잡룡이 되기 어렵다. 그럼에도 남재준 같은 지룡급이 나서는 이유는 뭘까. 나라가 잘못 굴러가는 데 대한 분노? 아니면 자신을 투명인간으로 대하는 주변에 대한 복수심? 그것도 아니면 그저 인생의 버킷리스트?
백영철 대기자 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