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젊은 보수’ 이모(29)씨는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찍었다. 안보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했던 차에 이 분야에서만큼은 보수 성향의 정부가 잘 해낼 거라 믿어다고 한다. 젊은층이라고 무조건 ‘2번’에 투표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못마땅했다. 이씨는 “진보 성향의 후보에게 표를 던진다고 유토피아가 펼쳐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퇴거한 지난 12일 서울 삼성동 사저 입구에 도착해 지지자들에게 밝게 인사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안보만큼은 잘 할 줄 알았는데…”
다만 일부는 야권에 대한 반발심에 박 전 대통령을 찍기도 했다. 경기도 용인에 사는 윤모(28)씨는 2012년 4·13 총선 당시 지역구 의원으로 민주당 후보, 비례대표는 통합진보당을 찍었지만 통진당 폭력사태를 보고는 범진보 진영에 대한 거부감이 들어 박 후보를 뽑았다. 대학원생 이모(29)씨 역시 “당시 새누리당은 야권과 달리 한나라당의 명맥을 이으며 꾸준한 정책을 표방한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자신들만의 생각을 밀고 나가는 모습이 보이니 군사·안보·경제 측면에서 뭔가 해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후회된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넷째 주 한국갤럽이 벌인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직무를 잘 수행한다’고 응답한 20·30대 비율은 0%를 기록했다. 일부에서는 청년실업이 장기화하는 데도 지난 몇 년간 “중동으로 가라”, “창조경제” 같은 뜬구름 잡는 소리만 하는 박 전 대통령의 경제 실패가 젊은층의 민심이반을 초래했다고 분석한다. 안보로 박근혜를 찍었던 청년들이 먹고 사는 문제로 떠났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2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제18대 대통령 취임식을 마친 후 퇴장하며 참석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 |
그러나 상당수의 청년보수는 청년진보로 거듭나고 있다. 김씨는 “9년 가까이 보수당이 집권했지만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며 “부모님도, 나도 부모님을 따라 보수층에 표를 던졌지만 매년 경제적인 부분이나 취업 등 나쁜 소식만 들린다”고 말했다.
배민영·김지현 기자 goodpoint@segye.com